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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모티브 세계문화전집 시리즈 세 번째 책 《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나왔네요. 문학과 예술 분야의 두 거장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시리즈인데 이번에는 제목을 보고 살짝 놀랐네요. 어렴풋이 알고 있던 두 거장의 비밀, 혹은 치부를 대놓고 드러냈으니 말이에요. 엮은이는 왜 이토록 민감한 주제를 선택했을까요.
"고백하자면,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는 오래 동경해 온 이름이었습니다. 한쪽은 가장 사랑하는 작가였고 ㅡ 유년 시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동화 버전으로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ㅡ, 다른 한쪽은 가장 좋아하는 화가 ㅡ 스물셋, 인상파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어느 여름날 아침,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 있던 르누아르의 《우산들》을 보고 이유도 모른 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ㅡ 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집필은 유독 어려웠습니다. 가장 아끼는 두 사람의 가장 어두운 면을 지나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어, 정면으로 응시하는 고행. ··· 사랑하기에, 더 사랑하고 싶기에 두 사람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파헤쳤습니다. 인류에게 '서로를 사랑하라' 외치면서 정작 곁의 아들은 도외시한 톨스토이의 한계를, 딸에게는 열려 있었으나 그 이전에 태어난 첫아들 피에르, 그리고 유대인과 여성 앞에서 닫혀 있던 르누아르의 그늘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했습니다."
(395p)
문학과 미술 분야를 대표하는 두 거장이기에 엮은이처럼 동경하고 좋아했던 이들에겐 실망감과 배신감이 먼저 들 텐데, 이 책에서는 담담하게 두 거장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 있네요. 여기에는 톨스토이의 소설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축약·해설)과 1904년 전집 삽화 및 드로잉, 그리고 르누아르의 유화 62점과 딸 잔에게 보낸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두 거장의 숨겨진 사생활을 알고 나니 작품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네요. 최근에 봤던 영화 <오디세이>에서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혜로운 영웅이 아닌 제우스의 법을 깨뜨린 자로서 자책하고 좌절하는 연약한 인간으로 그려진 모습과 겹쳐 보였네요. 내면의 위선과 욕정을 평생 들여다본 톨스토이와 어둡고 암울한 내면을 감추고 삶의 환희와 행복을 그려낸 르누아르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 자문하게 되네요. 한 사람의 내면에 공존하는 위대함과 옹졸함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사랑으로 산다는 말은 더 이상 정답이 될 수 없네요.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톨스토이의 아들과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인연을 유지했던 르누아르의 딸, 그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던 두 사람이지만 누가 그 속마음을 알겠어요. 사랑받아야 할 존재들이 사생아라는 낙인 때문에 고통받는 세상을 누가 만들었나요. 서로 손가락질하며 비난하지만 결국 누구도 완벽하게 떳떳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의 비극이 아닌가 싶어요. 입으로 사랑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연약한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마주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훌륭한 소설과 그림이 주는 감동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인간 수업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