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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배우는 논술 - 세상을 뒤흔든 사건을 읽고 쓰는 나만의 판결문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논술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다라는 편견이 있네요.
근데 여기에 더 복잡한 '법'으로 논술을 배운다니 몇 배는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싶었는데 반전이 있었네요.
인기 드라마 가운데 종종 법정을 배경으로 한 내용들이 있잖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말이죠. 법지식이 많지 않아도 재판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 건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네요.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 쪽 주장이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지를 가늠하게 되네요. 법정에서 벌어지는 토론이야말로 논술 교육을 위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법으로 배우는 논술》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서네요.
대학에서 법교육을 담당하는 곽한영 교수는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가 법을 주제로 토론하는 동아리를 만드는데 함께 공부할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관련 교재를 찾게 되었고 마땅한 걸 찾지 못해서, 직접 만들어주게 된 것이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라고 하네요. 한 달에 한 번 기존의 사건 가운데 적절한 주제를 골라서 자료를 만들었고, 그렇게 1년 정도 도움을 주다 보니 이런 자료가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게 된 거죠.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책을 넘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 써 볼 수 있는, 자기주도 토론 논술 워크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법정 드라마를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는 법과 관련된 열두 개의 주제를 각각 6단계 사고력 훈련법으로 재구성하여 청소년뿐 아니라 LEET(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법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폭넓게 활용할 만한 교재네요. 각 주제마다 사건 개요, 당사자 인터뷰, 법정 토론, 내 생각 정리하기, 판결문 쓰기, 사건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법교육을 통해 스스로 생각한 결론을 글로 쓰면서 체계적인 논술 훈련을 할 수 있네요. 사건 당사자를 인터뷰한 부분은 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나 피해자와 사건을 담당하는 변화사의 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네요.
장발장 :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자그마치 19년, 나의 황금 같은 20대와 30대가 모두 흘러갔소. 그리고 누나와 조카들과는 완전히 소식이 끊기고 말았지. 불쌍한 사람들······. 이런 비극은 2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소. 나는 여기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싶소.
변호사 : 그러니까 장발장 씨는 당시의 판결이 지나치게 가혹했고 그런 잔인한 사법 제도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는 일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시는군요. 하지만 제가 기록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솔직히 판결 자체에 흠결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요. 물론 운이 없으셨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202-203p)
변호사와 검사의 주장을 각각 들어보고, 그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적은 다음에 지지 혹은 반박하는 자신의 의견을 적을 수 있네요.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본 다음에 최종적으로 판결문을 쓰는데, 글의 형식은 사건명, 주문, 판결 이유 순으로 적어가네요. 장발장 사건을 보면서 2024년 발생한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떠오르네요. 1심 판결은 유죄였는데 2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네요. 이 사건은 엄밀하게는 장발장과는 결이 다른, 부당해고라는 숨겨진 의도가 있었지만 똑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판결을 내린 두 재판부를 비교해보는 계기였네요.
저자는 장발장 사건의 핵심 쟁점을 "범죄의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와 "엄정하고 예외 없는 법 집행과 관용적인 법 집행 사이에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219p)라고 정리하면서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사건마다 냉정하게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엄정한 법 집행과 온정주의의 양극단에서 균형을 잡아야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생존권, 안락사, 역차별, 신앙, 절차, 증거, 전쟁범죄, 법 감정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인권 문제와 더불어 자율주행자동차,생성형AI, AI 저작권와 같은 최신 이슈까지 사회적 쟁점을 두루 살펴보는 계기였고,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접근하여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독해력, 논리적 글쓰기를 종합적으로 키울 수 있는 교재라서 유익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