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목지 - 검은 물 아래 잠든 비밀이 깨어난다
조진연 외 지음 / 북오션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도꼭지를 틀면 투명한 물이 흘러나오네요.
손가락 사이로 물줄기가 스르르 빠져나가고,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씻겨 주네요.
흐르는 물은 썩지 않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인위적으로 물을 가둬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저수지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네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은근히 사건 사고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유명해진 살목지도 농업 용수를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오래 전부터 귀신이 나오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에요. 최근 방송을 통해 살목지의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공포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명소가 되었네요. 좀 의아했던 점은 일부 사람들이 공포 체험을 위해 그곳으로 몰려갔다는 점이었어요. 귀신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로 귀신을 본 사람은 드물다 보니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순 있죠. 근데 단순히 호기심으로 귀신이 나온다는 그곳을 찾아간다는 게 어쩐지 무모해 보였네요. 진짜 귀신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직 살목지의 괴담은 끝나지 않았어요. 영화 '살목지'의 여운을 이어줄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네요.
《살목지》는 조진연, 문화류씨, 권현우, 김선민 작가의 미스터리 호러 앤솔러지 소설집이네요.
네 명의 작가들이 저수지라는 하나의 공간을 저마다의 서늘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때로는 영상보다 텍스트가 더 소름끼치고 무서워요. 긴 생머리에 피범벅이 된 귀신의 모습은 진부하지만 이야기는 늘 새로우니까요. 사람을 홀려 물속으로 잡아끈다는 기괴한 괴담의 발원지인 살목지 저수지를 배경으로 네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조진연 작가의 <수장 水葬>, 문화류씨 작가의 <검은 물>, 권현우 작가의 <악수 惡水>, 김선민 작가의 <물발자국>을 읽으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네요. 깊고 어두운 물속에서 수장되어 가라앉아 있던 몹쓸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듯한 이야기였네요. 살목지 특유의 음산하고 기이한 공기를 머금고 있는 잔혹한 이야기를 통해 검은 물보다 더 어두운 것들을 보고야 말았네요.
"살목지는 살아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저수지.
정의는 필요 없다.
이곳에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살목지가 먼저 손을 뻗었다."
(188p)
"살목지가 비춰 보여주는 건, 단 하나요. 한 인간이 평생 외면하고 숨겨왔던,
자기 내면의 가장 악한 자아, 혹은 추악한 이면이지.
인간이라면 갖지 않을 수 없는."
(19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