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나
주세페 카토첼라 지음, 이소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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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자유로운 자에게는 쉼이 없구나...

인간으로 태어나 노새 취급을 받으며 평생 착취당하다가 사라져간 이들, 그러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이 되고자 싸운 이들도 있었네요. 시대와 국적은 달라도 자유를 향한 갈망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주세페 카토첼라 작가의 장편소설 《이탈리아나》는 실존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역사소설이네요.

그 주인공은 마리아 올리베리오, 일명 '치칠라'로 불렸던 인물이네요. 이 소설은 스물두 살의 마리아가 군사 재판관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되네요. 사내처럼 짧게 자른 머리에 남성 복장을 한 마리아는 2년 동안 남편 피에트로 모나코와 함께 산악 지대에서 무장 투쟁을 벌였던 여성 브리간테(산적, 무장 도적)였네요. 체포되기 전까지는 그 유명한 치칠라, 무서운 치칠라였던 마리아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네요.

저자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치칠라 이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저항하며 봉기를 일으켰는데 이들을 브리간티(산적들, 무장 도적떼)로 불렀다는 거예요. 그들은 정말 폭도, 범죄자들일까요.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마리아의 삶을 통해 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폭력의 일대기를 만나게 되네요. 어린 마리아는 억눌린 채 살아가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여성이라는 굴레에 가두려고 했네요.

"마리아."

이모가 씨앗을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너도 이렇게 되어야 해. 이 낙엽송처럼 조용히, 영리하게 바람을 이용해서 도망치고 스스로를 구하는 거야."

늘 그랬듯, 이모는 말을 끝내자마자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부서진 창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전에 이모는 다람쥐와 잣까마귀가 이런 씨앗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해준 적이 있었다. 굶주릴 때를 대비해 씨앗을 가져다가 바위 틈에 숨겨둔다고 했다. 새들이 잊어버린 씨앗들은 싹을 틔우고, 뿌리는 바위와 이끼 사이로 살길을 찾아 뻗어 나가고, 그러다 보면 나무는 바위 절벽 위에서 자라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작은 씨앗을 손바닥에서 굴리다가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씨앗과 함께 산은 이미 나를 부르고 있었다.

(78-79p)

겨우 일곱 살 나이에 쫓겨나듯, 이모 집에서 5년을 지내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마리아는 굳은 결심을 하네요. 언젠가 반드시 자유로워지겠다고, 열두 살 소녀는 가장 혹독한 겨울 한가운데에서도 내 안에는 꺾이지 않는 뜨거운 여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보통의 아이였다면 금세 포기하고 말았을 거예요. 이모의 말처럼 마리아는 씨앗처럼 스스로를 구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작은 씨앗이 바라는 더 크고 더 위대한 꿈... 마지막 장면은 치칠라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고 있어요.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하지만 소설은 잊혀진 이들을 통해 치열한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네요.자유를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는 용기야말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힘이라는 걸 말이에요.

"여성 여러분, 세상은 스스로 쟁취할 줄 아는 자의 것입니다.

이탈리아가 더 나은 운명으로 나아가는 이 순간을 놓치지 마십시오.

당신은 세상을 쟁취할 줄 아는 부류요."

(474p)

"밤이다. 촛불을 켜 두었지만 잠을 이룰 수 없다. 이제 거의 죽음을 앞둔 지금, 후회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나는 늘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한다. 진실은 나를 파멸로 이끄는 것이지만, 동시에 진실만이 나를 구원해주었다.

지금 이 순간, 죽음을 앞두고 있는 나는 혼자이며, 나 자신 외에는 속일 대상도 없다.

나의 젊음이 끝나버린 것을 후회한다. 굴로 가문을 위해 직조 일을 시작했을 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더 행복하게 살지 못했던 것도 후회한다.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금기였지만, 나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믿었어야 했다. 우리는 말할 용기가 없을 때, 꼭 말로 해야 하냐는 변명을 한다. 하지만 말은 세상을 바꾸는 무기다. 만약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보테 도나토 산에 오를 것이다. 나는 어떻게 그 많은 날들을 낭비하며 살았던 걸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끄러워했던 것도 후회한다.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티누차 할머니를 한 번도 안아본 적도 없다. 빈첸차에게만은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어렸으니까. 피에트로에게는 단 한 번 말한 적 있다. 멀리서는 사랑을 약속하고 가까이서는 폭력을 가져오던 그의 편지를 증오했다. 나는 그저 내버려두기를 바랐던 때를, 내 손으로 세상을 움켜쥘 수 있다고 믿지 않았던 때를 후회한다.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을 후회한다. 적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집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 하루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목숨을 걸지 않았던 날들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다."

(476-4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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