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괴물의 시간
마크 해던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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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간이라면 응당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어요.

법으로 해결하기 이전의 세상에서는 권력을 쥔 자가 모든 걸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고요.

요즘 자주 곱씹게 되는 말이 '인과응보'네요. 원인에는 결과가 따르고, 행한 행동에는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다는 것, 즉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같아요. 다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쪽에서 시작한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기에 나쁜 결과만을 가지고 그들을 판단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비극은 예기치 않은 폭풍우처럼 쏟아지고, 이를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크 해던 작가의 《개와 괴물의 시간》은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인간 본성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네요.

첫 번째 나오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중세 잉글랜드의 어느 성, 영주의 아내가 기형적인 모습의 아들을 낳은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네요. 누가 가장 나쁜 선택을 했을까요. 남편이자 영주는 태어난 아들을 죽일 순 없어서 꾀가 많기로 소문난 설비기사와 그의 아들을 불렀네요. 설비기사는 가짜 이야기를 꾸며내어 영주의 비위를 맞추고, 태어난 아기는 그가 만들어 낸 괴담의 주인공이 되어 갇히게 되는데... 자신의 명예를 위해 아들을 감옥에 가둔 영주, 목숨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로 이야기를 만들어 소문을 퍼뜨린 설비기사, 남편의 만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영주의 아내를 보면서 인물들이 겪는 공포, 절망, 욕망, 무기력과 같은 어두운 감정들 자체가 괴물처럼 느껴졌네요.

"내 아내가 백치를 낳았소."

"흉측한 괴물이오. 인간과 원숭이, 또 뭔지 모를 뭔가가 섞여있다니까."

"사내아이예요." 내가 참지 못하고 불쑥 내뱉자 남편이 나를 돌아보았다.

"이름은 폴이고요." 그러자 남편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이름은 개들에게도 붙여주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14p)

<벙커>에서는 핵폭발로 폐허가 된 세상을, <나의 학창 시절>에서는 폭력과 야만으로 얼룩진 기숙 학교를, <개들>에서는 금기를 깨고 신의 저주를 받는 신화적 이야기와 현대가 만나는 교집합인 개들에 대하여, <황야>에서는 가족 잃은 슬픔 때문에 떠난 세계일주에서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악몽 같은 이야기를,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에서는 악마의 유혹과 싸우는 수행자를, <세계의 고요한 경계>에서는 작은 병실에 누워 있는 기괴한 노인을, <세인트 브라이즈 베이>에서는 딸의 동성 결혼식에 참석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네요.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작가가 예전에 쓴 작품들을 손보고 새로운 작품들을 추가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묶어낸 작품집이라고 하는데,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묘하게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네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영주의 아내처럼, '이 가공할 사건들 속에는 어떤 고통이 감춰져 있을까? 내 눈에 가려진 것은 무엇일까? 내가 현혹되어 평범하고 따분한 잔인함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이익을 얻을 사람은 누구인가?' (73p)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결국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각자가 발견해야 할 몫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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