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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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해뜨기 전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하늘을 본 적이 있어요.

밤 새고 피곤에 지친 눈꺼풀을 겨우 붙잡고 있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그 푸른빛에 홀린 듯, 어딘가에 몇 자 적었던 것 같아요. 어쩐지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느꼈고, 그 순간을 꼭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새벽 어스름한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처음일 리 없는데도 그때 그 순간이 남달랐던 건...

소설 제목을 보면서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의 시간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틀렸네요.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는 브루나 단타스 로바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이 소설은 브라질을 떠나 미국 대학에 진학한 딸과 고향에 홀로 남겨진 엄마가 수천 마일의 거리를 두고 노트북 화면의 푸른빛에 의지해 스카이프 영상통화로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이야기네요. 딸, 그리고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인 이 짧은 소설은 미묘한 푸른빛의 감정을 알려주고 있네요.

엄마가 말했다. "가끔 꿈을 꿔. 네가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되는 그런 꿈 말이야.

그러고 나면 네가 무사하길, 네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잠에서 깨.

우리 딸, 그렇게 살고 있니?" (41p)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딸은 엄마가 걱정할까봐 밝은 척 굴고, 엄마 역시 외롭고 슬픈 감정을 숨기며 괜찮은 척 굴고 있네요. 만나러 가고 싶어도 비싼 비행기표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딸, 여름방학에 뭘 할지 신나게 떠드는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 기숙사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네요. 그들 중 한 명이 새로운 작업에 쓸 사진을 찍으러 리우데자네이루에 간다면서, "거기 가봤어?"라고 물었고, 가본 적 없다고 대답하자, "정말? 너 브라질 사람이잖아, 아닌가?" (131p)라고 할 때는 그 입을 한 대 쳐주고 싶었네요.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의 무필터 발언은 상당히 무례하고 언짢은 경우들이 종종 있네요.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구들은 방학 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으니 무엇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지만 그녀는 선택지가 없네요. 다행히 미술 교수님이 학기 중에 머무는 집을 방학 동안 관리하는 조건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엄마에겐 근사한 곳에서 지내게 됐다며 안심 시킨다는 것이 그만, 이런 좋은 집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마음을 들켜버리고 말았네요. 엄마는 낡은 소파에서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제 영영 집에는 안 오겠군, 그렇지? 우리의 작은 아파트, 이 작은 동네로는 말이야. 나를, 네 늙은 어미를 드디어 없애버렸네."라고 말했을 때, 딸은 아차 싶었네요. 그래서 "맞아. 엄마하고 시간 보내기 싫어. 그러니까 내가 한밤중에 전화해서 해 뜨도록 수다 떨지."라고 했고 엄마는 "그래. 혹시라도 너한테 전화 올까 봐 내가 밤새 뜬눈으로 전화기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143p) 라며 농담처럼 진심을 털어놓았고 두 사람은 소리 내어 웃었네요. 잠시나마 외로움을 덜어내려는 웃음은 참으로 쓸쓸하고 슬프네요. 그나마 아예 얼굴도 볼 수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영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아닌 거죠.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자주 못 보는 가족들도 있는가 하면 완전 남처럼 단절한 채 살아가는 가족들도 있으니까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힘, 사랑하고 있는 한, 우리는 외롭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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