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모태솔로인 스물여섯 살의 남자가 있네요.

상상력이 풍부해서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타인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편이지만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어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아마도 인프피 성향인 이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었네요.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울고 있는 젊은 아가씨를 발견했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가다가 너무 부담을 줄 것 같아서 맞은편에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술 취한 신사가 위협적으로 그녀를 쫓는 바람에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된 거예요.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의 첫만남으로 어울리는 장면이죠. 중요한 건 그다음 장면이네요. 그녀는 왜 울고 있었을까요.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 창작자들의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은 '사랑'인 것 같아요. 요즘은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 연애 프로그램이나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가상이 아닌 현실 속 남녀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원조는 따로 있었네요.


"인간은 신비하다. 우리는 이런 신비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혹여 이 깨달음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해도,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이 비밀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고 싶기 때문이다."

ㅡ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275p)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은 소담 클래식 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 단편 3편을 만날 수 있네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대작들이 다소 무겁게 느껴져서 엄두를 못 내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번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로 빠져드는 첫걸음이 될 것 같네요. 각 작품의 주인공은 스물여섯 살의 청년, 중년의 남성, 열한 살 소년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 내면에서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섬세하고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네요. 첫눈에 반하는 설렘과 떨림, 헌신적인 마음과 배신, 사랑에 눈이 먼 질투와 의심, 그 고통스럽고도 달콤한 감정들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네요.

첫 번째 작품인 「백야」는 몽상가 청년의 사랑 이야기가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두 번째 작품인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는 '사랑과 전쟁', '이혼숙려캠프'를, 세 번째 작품인 「첫사랑」은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 되네요. 올해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탄생 205주년이라고 하네요. 본인의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도스토옙스키, 그가 그려낸 사랑 이야기는 꽤나 매콤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