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중국사 - 진시황의 ‘천하’에서 시진핑의 ‘신시대’까지, 3,500년을 단 한 권에 꿰는 가장 선명한 통찰 ㅣ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5
린다 제이빈 지음, 최경은 옮김 / 진성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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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중국사라고 하면 세계사 수업 시간에 연대 순으로 빽빽하게 정리된 내용을 필기하고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단순히 역사 공부로 접근할 때는 지루했는데 현재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니 흥미롭네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중국사》는 호주 출신의 중국학자 린다 제이빈의 책이네요.

저자는 아시아사를 전공한 뒤 대만, 홍콩, 베이징에서 거주하며 중국어를 익혔고,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중국사와 중국어를 연구해왔다고 해요. 중국의 여러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 책은 중국인이 아닌 저자의 관점이라서 나름의 객관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네요. 역사가 유후는 장기에서 역사 기록을 대한 교훈을 얻었다고 하는데, '장기를 두는 당사자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자세히 본다'라는 말이 일리가 있네요.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길은 오직 역사를 배우는 길밖에 없고, 중국사처럼 긴 역사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와 서로 경합하는 서사는 필연적으로 존재하기에, 저자는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해설 대신에 모든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선택했네요.

이 책은 중국의 3500년 역사를 단 15개의 장으로 압축했다는 점에서 가장 짧은 중국 역사서네요. 갑골문부터 진시황의 통일, 당·송의 황금기, 마오쩌둥의 근현대사를 거쳐 시진핑의 신시대까지 핵심 장면만을 골라 한 줄기로 엮어내어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각 시대마다 주요 테마와 사건, 인물은 '역사 속의 역사' 코너로 따로 소개하고 있어서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놓치지 않네요. 복잡한 연대기 나열의 지식 대신에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주니,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은 중국 사회와 문화, 지적 생활에 대한 통제와 소수민족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억압을 완화하지 않고서도, 오히려 더욱 강화하면서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자는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생각하면 시진핑의 신시대는 아직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다음은 어떤 시대가 도래할지를 추측하는 일은 다른 이들에게 맡긴다고 했네요. 그러나 역사를 알고 있다면 최소한 미래가 완전한 미지의 영역은 아닐 거라는 마지막 일침을 남겼네요.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지금 우리의 역사도 우리 손에 달려 있네요.


"당 태종 이세민(재위626~649)의 치세는 연호를 따서 '정관의 치'라 불린다. 역대 중국사가 한목소리로 이상적 태평성대의 전범으로 꼽아온 약 23년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가 신하의 간언을 경청하는 군주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태종과 그 신하들이 주고받은 정치토론은 뒷날 오긍이 엮은 <정관정요> 10권에 정리되어, 동아시아 군주학의 고전이 된다. 그러나 그 빛나는 치세의 출발점은 한 차례의 피의 쿠데타였다. 626년 현무분의 변. 이세민은 황태자였던 형 이건성과 아우 이원길을 장안 황궁 북문 앞에서 활로 쏘아 죽였고, 아버지 고조 이연에게 양위를 사실상 강요해 즉위에 오른다. 그는 평생 이 정당성의 결핍에 시달렸고, 이는 <정관정요>가 집요할 정도로 '간언의 허용'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력으로 얻은 권좌는 덕으로 덮어야만 유지된다. 게다가 태종은 사관이 쓴 실록을 자신이 직접 검열하려 한 최초의 군주이기도 하다. 그의 태평성대는 실은 자기 이미지를 후대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까지 세심하게 설계한, 대단히 의식적인 정치 연출의 산물이었다. ··· 현대 정치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그는 '소프트 파워'로 자기 왕조의 정통성을 사후에 확보한 드문 사례다. 동아시아가 '이상적 군주'를 그릴 때 먼저 떠올리는 상이 여기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자 승자의 편집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162-163p)


"··· 시진핑은 오래전 마오쩌둥이 그랬듯이, 더 오래전 황제들이 그랬듯이 이론상으로는 종신 집권할 수 있게 되었다. 질서 있는 승계를 위해 힘겹게 마련한 시스템이 깨져버렸다. 한편, 검열관들은 중국의 인터넷에서 '우리는 다시 청 왕조 시절로 돌아왔다' 등 댓글을 삭제하느라 바빴다. ··· 중국공산당은 대학에서 시민 사회, 보편적 인권 등 '서양이 중시하는 가치'나 반우파 운동, 문화대혁명 등 '역사적 오류'를 가르치는 것을 금지했고, 중국 현대사의 핵심 사건들을 조지 오웰이 말한 '기억 구멍'에 던져버리게 했다. 2016년 중국공산당은 시진핑을 '핵심 지도자'로 선언했다. 이는 과거에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에게 부여한 칭호였다. 이러한 표현은 정당한 지배를 함축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의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든다. ··· 상당히 많은 공식 직함을 보유하게 되었고, '모든 것의 주석'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본인이 직접 권력을 중앙집중화하려 했던 명 홍무제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진핑은 당 건륭제의 치세처럼 중국을 경제적 번영과 문화의 융성,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황금기로 인도하고 자한다. ··· 일대일로 구상은 정치적 자유와 선택보다 번영과 안정을 우선시한다."

(370-3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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