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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법
정문정 외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창작자, 특히 글을 쓰는 작가들에 대해 약간의 편견이 있었나봐요.
혼자만의 작업실이 필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덟 명의 작가들이 공동작업실에서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성공적인 연대를 하고 있었네요.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는 '정글살롱'이라는 이름의 공동작업실을 함께하는 작가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제목 때문에 싱글라이프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일상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의외로 워킹맘들이라서, 이 또한 편견을 깨는 순간이었네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만으로도 지치는 일상일 텐데,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겨우 몇 시간의 자유시간에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글을 썼다니 프리랜서 작가의 애환이네요. 대개 초보엄마들이 출산 이후 독박 육아,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우울이 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지칠 수밖에 없어요. 퇴근 없이 24시간 쭉, 당연히 해내야 할 일들로 넘쳐나고, 혹시나 아이가 아플 때는 일상이 흔들리니 말이에요.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행운이지만 혼자서 다 해야 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는 거예요. 완벽한 엄마는 세상이 만들어낸 환상이자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고수리 작가님은 자신을 키친테이블라이터,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 부엌 식탁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네요. 첫 책을 출간하고 쌍둥이 형제를 낳아 남편의 외벌이에 의지하며 아이들을 도맡아 돌보느라 작가라는 자각도 없었고,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엄마 작가'로 재정의했다고 해요. 엄마의 밥상을 주제로 한 푸드 에세이를 만들 때, 추천사를 부탁할 작가를 찾다가 자신과 같은 엄마 작가가 보이질 않아서 당황스러웠다고, 왜 주변에 예술 하는 엄마 작가 동료가 없을까를 생각해보니 출산하더라도 육아와 돌봄으로 작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활동을 중단하는 작가가 대부분이었고, 둘째라도 출산하게 되면 경력 단절은 불가피한 현실이 보이더래요.
"돌봄 노동과 예술 활동은 닮았다. 보이지 않기에 증명하기 어렵다. 한 사람의 노동과 희생이 온종일 소진되지만 불확실한 과정의 연속이고, 결과는 가시적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경제적인 수입으로 환산되지 않기에 우리 일의 가치를 증명해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실은 돌봄과 작업은 양립 불가능한 일 아닐까. 돌봄자와 창작자의 정체성이 양팔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건, 어쩌면 취약점일까. 내가 양팔을 활짝 펼쳐 모든 걸 와락 끌어안는다고 해도 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사랑과 희생으로만 보일지 모를 일이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작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재능과 노력 덕분이 아니었구나. 정말로 운이 좋아서 돌봄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거구나." ( 49-50p)
어쩌다 보니 시작된 공동 작업실 '정글살롱'을 함께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단순히 개인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네요. 프리랜서, 창작자, 젊은 예술가를 비롯한 1인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안정되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네요. 꿈을 향해 홀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서로 보살펴주며 다정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곳.
고수리 작가의 말처럼 돌봄 노동과 예술 활동이 참으로 닮은 것 같아요. 일의 가치가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두 가지 영역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데, 그 역할을 개인에게만 떠맡기니까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돌봄 노동과 예술 활동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름다운 연대기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