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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빌려줄게 -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6년 책따세 겨울방학 추천도서 ㅣ 도토리숲 알심문학 7
박하령 지음 / 도토리숲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일, 그럴 수 있어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근데 한 사람을 여럿이 미워하고 괴롭히는 건 정말 나쁜 일이에요. 학교폭력은 신체적 폭력 외에도 언어적 폭력, 심리적 폭력, 사이버 폭력 등 그 방식이 다양하고 잔인하네요.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지난 2011년 이후 14년째 자살이며, 자살자 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는 역대 최다인 396명에 달했다는 가슴 아픈 뉴스를 보았네요. 통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청소년이 학교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고, 학교폭력 피해자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자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네요.
박하령 작가의 《기억을 빌려줄게》는 학교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네요.
이 소설은 하루아침에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 열일곱 살 장세란의 이야기네요. 대놓고 피해자여도 속상한 일인데 가해자 누명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네요. 처음엔 사실이 아니니까 무심히 넘겼던 것인데 오히려 그것이 오해를 낳았고, 나중에 수습하려고 했더니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가 된 거예요. 혼자서 어떻게든 누명을 벗기 위해 애쓰는 세란은 타인의 기억을 빌려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가상 공간 '기억의 창고'라는 인터넷 카페를 발견하는데요.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로 마음앓이를 해봤다면 세란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거예요. 빌려온 기억은 진짜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달은 세란은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지 않도록 나아갈 바를 찾는 모습이 멋져보였네요. 반면에 스스로 받는 벌을 괴로워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받는 벌이란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네요. 문득 그 애의 눈물이 진심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네요. 솔직히 그 애가 한 짓을 말끔하게 씻어낸다는 건 거짓말 같거든요. 그럼에도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눈물로 다 씻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네요.
"당당해져 봐.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니까.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그 고통을 혼자 껴안아야 한담?"
"이렇게 생각해 봐. 만약, 누군가 너에게 욕을 하는데 네가 받지 않잖아?
그럼 그건 그 사람 몫으로 남아 있는 거지. 넌 그냥 한 발짝 떨어져서 그걸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고.
선의는 마치 우산을 씌워 주는 것과 같아서 두 사람이 같이 비를 피하고 온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훈훈해지지만, 반면 잘못 배달된 적의는 네가 안 받으면 되돌아가서
보낸 사람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물 폭탄 양동이 같은 거야."
(7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