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탐스러움 ㅣ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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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깝고도 먼...

그 다음에 올 단어는, 사실 너무 자주 사용하는 관용구라서 '사이' 혹은 '관계'를 떠올리게 되네요.

물리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마음이나 관계의 거리는 완전히 멀어진 존재가 있죠. 바로 이웃인데요. 언젠가부터 이웃은 '전혀 모르는 타인'과 다르지 않은 의미가 되었고, 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신경쓰지 않는 무관심한 세상이 되었네요.

정기현 작가님의 소설 《이웃집의 탐스러움》은 서울 외곽의 21평 신축 아파트 705호에 이사 온 기현과 706호에 사는 기은, 준영 부부의 이야기네요. 처음엔 긴가민가,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려웠네요. 화자인 기현이 들려주는 독특한 가족 내력 때문인지 그의 태도가 몹시 수상쩍게 느껴졌거든요. 더군다나 제목이 '이웃집의 서랍장'이었다면 모를까, '이웃집의 탐스러움'이라니요. 도대체 뭐가 그리 탐스럽다는 건지 알 수 없으니 제멋대로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네요. 왠지 의심병 환자가 된 것 같지만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무엇보다도 기현이 이웃집 부부인 기은과 준영에게 쓴 편지는, 뭔가 숨은 의도를 찾게 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기은 씨, 준영 씨. 정기현입니다. 이쯤에서 직접 인사를 건네봅니다.

책 속의 인사라니 좀 낯설 수도 있으려나요? ··· 제가 두 분께 이 책을 드리는 이유는 별일이 없었다면 진즉 자연스레 되었을지도 모르는 '진짜' 이웃 관계를 당신들과 맺고 싶기 때문입니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마는 늦었다면 늦은 대로 맺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 나는 당신들 둘과 지금보다 복잡하고 자세한 사이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요즘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갈 때 이런 식의 소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는 제가 가족으로부터 배운 것 중 일리가 있다 여기는 몇 안 되는 관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언젠가 당신들의 기원에 대해서도 듣고 싶네요······. 이 소설을 완성한 뒤 셋이 함께 다 읽고 나면 우리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24-25p)


손잡이가 새파란 나무 서랍장, 이 물건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는 것, 그리하여 몹시 얄밉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탐스러운 이야기를 만났네요. 탐스러움의 정체는 바로 '이야기'였거든요. 기현은 편지에서, "여기에 거짓된 말은 한마디도 없으므로 이것이 저의 진심이에요." (138p)라고 했는데, 그 진위 여부는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네요. 한끗 차이, 아슬아슬 줄타기 하듯이 이야기가 쫀득하니 맛있네요.


"나는 어머니 아버지와 달리 남의 이야기에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나는 상대와 관계라는 것을 맺는다. 기은과 준영과 나. 우리는 이웃이다. 그리고 나는 이웃 그다음이 있다고 자꾸만 믿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내게도 세상에도 미지일 그 다음 영역을 기꺼이 탐사해보고 싶다. 기은 그리고 준영과 함께······."

(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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