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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문장, 삶이 달라지는 기록 - 고전에서 길어 올린 인문 사유 100
김이율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엇을 읽을 것인가.
수많은 책들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요즘은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 '읽고 쓰는' 필사책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네요. 사실 필사라는 것이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일인데요. 아날로그 세대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노트에 적어가며 불러보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거나 따로 적어두는 일이 흔한 일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돼지털' 말고 '디지털'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손으로 쓰는 일은 줄어들고, 디지털 기기로 터치하고 클릭하면서 우리 손에는 펜 대신 스마트폰이 항상 들려 있었네요. 다행스러운 점은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필사가 새로운 힐링 방법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거예요. 일단 필사를 해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지기 마련이라, 시작이 늘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답을 찾으려고 책을 펼칩니다.
그러나 진짜 좋은 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더 날카로운 질문을 건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오래 품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변한 것은 환경이 아닙니다.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것이 인문학이 하는 일입니다.
정보를 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것.
··· 인간은 의미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의미는 생존의 조건입니다.
의미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질문을 통해서만, 사유를 통해서만 만들어집니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을 모은 것입니다.
··· 이 책의 문장들은 고전의 원문을 바탕으로 저자가 길어 올린 사유와 해석의 조합입니다."
(5-7p)
《필사의 문장, 삶이 달라지는 기록》은 동서양 고전에서 엄선한 100개의 명문장으로 구성된 고전 인문학 필사책이네요.
저자는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고전 속 문장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삶의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단순히 문장을 옮겨 적는 게 아니라 각 페이지마다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유 훈련'이라고 볼 수 있네요.
책의 구성을 보면 각 장마다 주제별로 인생의 질문을 만날 수 있네요.
챕터 1은 실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고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계이고, 챕터 2는 관계, 타인과 연결된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단계이며, 챕터 3은 성장,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통과하며 단단해지는 단계, 챕터 4는 선택, 삶의 기로에서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는 단계, 챕터 5는 성숙,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고 지혜롭게 깊어가는 단계네요.
이 책 속에는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을 비롯하여 노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에픽테토스, 미셸 푸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이 담겨 있네요. 100권의 책에서 뽑아낸 문장들과 저자의 질문들이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네요. 인문교양 100선을 일일이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고전 속 핵심 메시지를 알기 쉽게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100개의 문장으로 축약했네요. 여기에 질문이 더해져서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네요. 무엇보다도 직접 손으로 따라 쓰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네요. 하루 10분, 필사를 통해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네요.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네요.
우리는 이야기로 자신을 만든다
폴 리쾨르, 『자기 자신을 타자로서』
삶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해석하고 현재를 엮으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같은 실패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끝이 되기도 하고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미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해석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당신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당신의 삶을 이끌고 있다.
그 이야기가 당신을 살리는지, 가두는지
살펴야 한다.
* 삶의 질문
나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며 살고 있는가?
그 이야기가 나를 도와주고 있을까, 아니면 묶어두고 있을까?
(156-15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