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소설 -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홍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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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 "

윤상의 <달리기>라는 노래 가사네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노래네요.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함께 만든 《달려가는 소설》은 달리는 몸,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는 말이 비유가 아니라 실제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서 각각 야구, 수영, 역도, 풋살, 볼링, 쇼트트랙, 요가를 하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네요.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하면 굉장히 멋지잖아요. 근데 과연 그들은 알까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사실과 지금 나와 같은 독자들이 자신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아무리 찌질하고 별볼 일 없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독자들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주인공이니까, 결국에는 잘 해낼 테니까, 그래서 소설은 끝나도 끝나지 않은 거예요. 마침표 다음,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 수록된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스포츠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스포츠는 취미로 즐기면 그만이지만 선수 입장이라면 완전히 다르네요. 좋아서 시작했을지라도 순위나 기록에 따라 승패와 우열이 가려지니 마냥 즐거울 순 없는 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겐 스포츠 자체가 도전이자 모험이기도 해요. 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곱 편의 이야기 속 일곱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불쑥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언제 마지막으로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던가.



"세상에 똑바로 가는 공은 없어요.

제발 부탁인데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지 마쇼. 축구든 골프든 마찬가지야.

그런 건 전부 쓰잘데기없는 일이라고. 인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냥 인생을 제대로 살아."

(29p) _ 김홍 , 「인생은 그라운드」


"정말로, 정말로 남은 숨이 없다고 느낀 순간, 몸이 스프링 튕기듯 솟구쳐 올랐다.

수면을 덮은 막이 채 열리기도 전에 머리가 막을 찢고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 물 밖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숨, 숨, 숨···.

숨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민망하게도, 숨은 울음과 같이 터져 나왔다."

(70-71p) _ 이수정, 「숨이 차오를 때」


"들면 되잖아.

아버지가 의아한 얼굴로 뭘 들어, 하고 되물었다.

내가 들면 되잖아. 심판이든 누구든, 든 걸 어떻게 못 들었다고 해." (83p)

"무거운 걸 들면 기분이 좋아?

그렇게 묻는 남자애가 있었다. 들지 못하던 걸 들면 물론 기뻤다.

하지만 버리는 기분이 더 좋았다. 더 무거운 것을 버릴수록 더 좋았다.

온몸의 무게가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 아주 잠깐, 두 발이 떠오르는 것 같은."

(84p) _ 김기태, 「무겁고 높은」


"누우면 퍼져요. 일어나서 숨 골라야 해요. 지희였다.

내민 손을 덥석 잡고 일어났다. 그렇지. 풋살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지.

박수를 쳐 주며 소리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사람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구나."

(112p) _ 최아현, 「충분한 실수」


"볼링 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센티미터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151p) _ 김유담, 「핀 캐리」


열 살 때 학예회 연극 무대에서 요리사 역할을 맡았던 기억.

나는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물이자 원 톱 주연이었다. 연극의 제목이 '외다리 왕과 요리사'인 만큼, 요리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 ··· 한 학기 내내 연습한 것들을 잘해 내려 무대 위에서 분투했다. ···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으면서도 커튼콜을 하면서도 나는 내가 받아야 하는 마지막 박수, 단 한 명의 박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관객석에 있던 엄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엄마는 연극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물었을 뿐이었다.

"선진아, 니는 와 공주를 안 했드나?"

대답할 수가 없었다. 공주는 대사 한 줄 없는, 역할이라기보다는 배경이었다.

"공주를 했으면 좋았을 낀데. 저런 드레스 입었으면 을매나 이뻤겠노."

(196-197p) _ 장류진, 「동계올림픽」


"와추 테라피라고 들어 봤어? 따뜻한 물속에서 몸을 이완하고 에너지를 순환해 주는 거야.

내가 리드할 수 있으니까 너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 돼. 그 순간과 너 자신을."

(235p) _ 김혜나, 「가만히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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