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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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후위기로 인해 얼음을 잃고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점점 사라지는 빙하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북극곰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머나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있네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마치 인간이 우위에 서서 자연을 돌봐야 한다는 오만함이 느껴져요. 자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세계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자연의 일부분이며 인간이 파괴한 자연은 고스란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돌아왔네요.

《공존한다는 착각》은 네덜란드의 대표 작가 프랑크 베스테르만의 책이네요.

저자는 16세기 네덜란드 탐험대의 항해일지에서 찾은 극지방 동물들,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들의 이야기를 나침반 삼아 인간의 욕망이 자연에 남긴 균열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오래된 기록에서 찾아낸 일각돌고래, 노르웨이레밍, 유럽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왕게까지 과거 원정대가 여정에서 마주친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네요.

50년 전만 해도 북극곰은 거의 멸종이 확실시된 분위기였고, 1970년대 초반엔 개체수가 1만 마리 이하로 떨어져 종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웠지만 무차별적인 북극곰 사냥이 금지되면서 개체수가 회복되었다고 해요. 문제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인간과의 직접적 대치가 북극곰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거예요. 야영장에서 북극곰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간이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 북극곰이 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북극곰들이 상승하는 기후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불과 몇 세대 만에 식성과 행동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예요. 겨울에도 유빙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육지에 그대로 남아 겨울을 나는 '정착형', 이른바 집돌이·집순이 북극곰들이 생겨났네요. 더 놀라운 점은 정착형 북극곰들의 창의성인데, 부족한 물개 대신 순록이나 북극여우, 어미가 자리를 비운 새 둥지 등으로 눈길을 돌렸고, 때로는 인간의 음식이나 인간이 키우는 가축 또는 반려동물에게도 겁 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거예요.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극곰들이 점점 무모해지고' 있는데, 갈수록 다양해지는 북극곰의 식단에 인간이 포함되는 추세라는 거죠.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묻고 있네요. 침입자는 누구인가. 동물들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서식지에 인간이 살지 않는 것만 한 행운은 없을 거예요. 드발하스트, 본래 자기 서식지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나타난 야생 동물을 뜻하는 말인데, 저자는 이 '현대판 동물지'를 통해 인간 역시 자신이 살던 터전을 벗어나는 순간 드발하스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누구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네요. 거울을 보면서도 거기에 비친 자신을 못 알아보는, 우리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네요.


"나쁜 소식은 2023년 4월 성聖금요일에 일어났다. 사센 피오르에서 부활절 주말을 보내고자 성聖목요일에 스발바르 제도에 도착한 노르웨이인들이 야영장 근처에서 새끼와 함께인 어미 북극곰 한 마리와 마주친 것이다. 폭죽을 터뜨려도, 공포탄을 쏴도 북극곰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노르웨이인들은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곰들을 쫓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어미 곰과 새끼 한 마리가 피오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어미는 배가 바다 쪽으로 향한 채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쉬셀만이 헬리콥터를 타고 출동했다. 어미 곰의 사체를 물에서 끌어내는 동안 살아남은 새끼가 그들을 공격했다. 한 살 정도 된 새끼는 야생에서 도저히 홀로 생존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사살당했다. 북극곰들의 사체를 주황색 들것에 싣고 돌아와 식별해 봤더니 어미 곰은 열일곱 살의 '#239925(프로스트)'였고, 어린 새끼는 등록 번호조차 없었다." (4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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