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개 특강으로 끝내는 모든 수학의 원리
제리 킹 지음, 박영훈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시인이 들려주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어요.
맛집을 소개하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의 원문을 보여주고, 그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 혹은 사연을 들려주고 있어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걸작 시들을 맛있게 냠냠 흡수하고 있네요. 한번에 다 읽지 않고, 매일 조금씩 나눠 읽는 것도 좀 더 오래 그 맛을 즐기고 싶어서네요. 예전에는 시를 문학의 한 장르로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 봤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꽤 가까워진 것 같아요. 시를 알고 싶으면 되도록 많이 읽어보면 될 일이더라고요. 뜬금없이 수학책에서 '시' 이야기가 나와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네요.
"시를 읽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라. 첫 번째로 해설과 명제를 읽는 것이다. 그리고 수학이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라.
그런 후에 증명을 하면서 말하는 방식을 통달하라. 두 번째 읽기는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 책을 옆에 제쳐놓고 생각이 정리가 되도록 두어라.
수학이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일리아드는 잊혀지고 파르테논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더라도 수학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중 그 어떤 것도 수학보다 더 영원한 것은 없다." (12p)
《10개 특강으로 끝내는 모든 수학의 원리》는 미국 리하이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학원 명예학장인 제리 P. 킹의 책이네요.
저자는 45년 이상 수학을 가르쳤고, 리하이대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교수에게 주는 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고 하네요. 어떻게 강의했을까요. 신입생들에게 미적분학을 가르칠 때마다 (누군가 선택한) 콘크리트 블록 크기의 무게도 대략 3킬로그램 되는 교과서를 벗어나 수업을 진행했다고 해요. 실제로 교과서 없이 새 분필 하나만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50분 동안 메모된 노트 없이 거의 쉬지 않고 칠판에 적어가며 강의를 했더니 학생들이 교수님의 암기력에 대단한 감동을 받더라는 거예요. 그들은 교수가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한 것으로 믿었고, 자신들도 암기하기를 기대한다고 여겼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라는 거예요. 저자는 몇 가지 원리들, 즉 미적분의 원리들만 알고 있을 뿐이고, 암기는 매우 작은 역할을 했다는 거죠. 투박한 벽돌책 미적분학 교과서를 들고, 수학자를 찾아가서,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그 페이지에 있는 복잡한 공식을 외워보라고 요청한다면, 아마 제대로 답하지 못할 거라는 거예요. 하지만 공식을 유도할 수 있어서 수학자는 눈앞에서 공식을 만들어낼 거라고, 수학자가 써내려나가는 것을 보면 점차 익숙한 공식이 나타나면서, 기호 하나 하나가 교과서에 제시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이 등장할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것, 수학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원리들이네요. 수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기호는 썩 정이 가지 않을 텐데, 수학이 가지고 있는 힘의 대부분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기호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를 회피할 수는 없네요. 수학을 통달하고 싶다면 기호부터 통달해야만 하고, 초보적인 개념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네요. 열 개의 특강은 술술 읽히지만 읽는 것이 곧 이해를 의미하진 않아서, 제대로 수학의 명제들을 안다고 말하긴 어렵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원칙들을 통해 수학적 사고방식과 수학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네요.
어느 날 나의 딸이 대학에서의 첫 해를 보내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나는 딸의 방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네게 충고할 말이 있단다."
"그러실 것이라 생각했어요."
"교수들에 관한 것이야."
"물론이죠."
"교실 밖에서 듣는 교수의 말은 무조건 무시하거라."
내 딸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오 아버지! 아버지도 교수이고 우리는 지금 교실 밖에 있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호칭은 내가 무엇인가 어처구니없는 멍청이 같은 말을 하였을 때,
그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이다. 내가 정말 그랬었나?
19세기 말에 접어들 무렵 버트런드 러셀은 수학의 논리적 기초라는 연구에 몰두하다가
패러독스에 이르게 되는 하나의 집합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집합은 아래에 기술되어 있는데 우리는 러셀 경을 기리기 위해 이를 R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논리적 어려움을 모두 함께 러셀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89-9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