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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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근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다양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네요. 부부의 일상에서 갈등 장면들이 주로 나오다 보니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수위가 센 장면들이 많았네요. 한때는 사랑했을 텐데, 어떻게 저리도 상대방을 괴롭히는 관계가 되었는지, 뭔가 씁쓸하고 안타까웠네요. 결혼 생활에서 가장 지옥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솔루션을 통해 배우는 측면도 있네요.

화바이룽 작가의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에서는 최악의 남편 밍런이 등장하네요.

공대생의 전형, 완전 T 성향의 밍런은, 주인공인 아내 정팡에게 가족이 거대한 코끼리처럼 자신을 짓누른다면서 이혼을 요구하는데, 이 남자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꽂히네요. 아무리 이혼을 원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여자 생긴 거지?"

"아니야.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나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밍런이 내세운 건, 이른바 심리적 현실이라는 문제였다. 요컨대 결혼한 이래로 우리 부부 사이에는 코끼리가 존재했고,

우리는 코끼리의 배 밑이자 네 발 사이에서 코끼리를 집 삼아 살며 아이 둘을 낳았다고 했다. 이제 큰 아들이 일곱 살, 작은딸이 여섯 살이 되었으니 더 이상 아빠인 척,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나···. 혼자만의 삶? 이미 여태껏 그래오지 않았나? 나와 샤오위, 막내 모두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는데···.

···

"나도 내가 이렇게 똑같은 꿈을 자꾸 꾸게 될 줄 몰랐어. 코끼리랑 같이 사는 꿈을 계속 꾸는데, 그 코끼리가 풍선처럼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거야. 처음에는 코끼리한테 짓눌려서 고통스럽더니,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코끼리와 집이 하나가 된 것처럼 어느새 적응되더라."

"적응됐으면 이제 문제없겠네."

"꿈에서의 고통이 계속 반복돼."

"내가 잘못 듣고 있는 거 아니지? 고작 꿈 때문에 이혼이라니? 당신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나를··· 더는 외면할 수가 없게 됐다는 거야."

"그 외면이라는 게 뭔데?"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26-28p)

정팡은 밍런과 이혼했고, 샤오위와 막내는 부부 사이를 오가며 적응해가고 있네요.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밍런이 사람을 죽였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바퀴벌레도 못 죽이는 남자가 살인을 저질렀으며, 교도소에 수감된 밍런은 굳이 전 아내에게 이상한 부탁을 했을까요. 속을 알 수 없는 밍런을 보면서 눈을 감은 채 코끼리를 만지는 느낌이었네요. 그 놈의 코끼리, 누군가에게 견딜 수 없는 삶의 무게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말할 수 없는 비밀, 비극은 거기서부터 조금씩 커져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참으로 지독한 밍런, 아니 정루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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