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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네요.
특히 '가슴 뛰는'에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대더라고요. 가슴 뛰는 '떨림'을 주는 일이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숲을 사랑하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이에요.
저자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해 메인주 숲속 오두막에서 온몸으로 마주한 자연의 경이로운 질서와 생존 전략에 대해 들려주고 있네요.
이 책에 대해서 가장 잘 소개한 내용은 최재천 교수의 추천의 글이 아닌가 싶네요.
"베른트 하인리히가 나이 마흔에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정교수직을 반납하고 메인주 숲속으로 들어간 지 어언 40여 년이 흘렀다.
그는 단연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평생 숲에서 만난 식물, 곤충, 새와 포유동물에 관한 관찰의 결정판이다.
탁월한 생물학자이자 미국 울트라마라톤 기록 보유자인 그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연구와 삶 모두를 만끽한 경험을 간결하고 정확한 글로 이야기해준다. ··· 하인리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과 『모래군의 열두 달』을 쓴 알도 레오폴드의 과학에 『살아 있는 산』의 저자 낸 셰퍼드의 감성을 한데 버무려 승화시킨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다. 나도 자연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죽기 전에 이런 책 한 권을 쓰고 싶다." _ 최재천 (10p)
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호기심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야생을 관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영하 28도에 알몸으로 눈밭을 구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다면, 계절마다 찾아오는 우울증이 달아난다는 저자는, 잠시 저세상을 경험하고서 곧바로 20초 만에 사우나로 뛰어든다고 하네요. 매년 일주일간 자신의 통나무 오두막에서 생물학과 학생 열두 명을 데리고 겨울 생태학 수업을 하는데, 자연을 책으로만 접하지 말고 직접 경험해보자는 게 수업의 취지라고 하네요. 그래서 매서운 겨울을 제대로 맛볼 시기로 1월 중순을 택했고, 때마침 눈이 많이 내린 상태여서 30초 이내의 추위를 견디는 경험을 했다는 거예요. 인간에겐 겨우 잠깐의 고통이지만 겨우내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잖아요. 동물들이 저마다 살아남는 방식은 놀랍도록 다양하네요. 추운 밤을 견디는 상모솔새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낀 저자가 녀석들이 어디서 잠을 자는지 알아내고 싶어서 땅거미가 내린 저녁부터 내내 관찰했는데 끝내 놓쳐버렸다고 하네요. 영하의 서리가 반복적으로 내리는 지역에 사는 상모솔새는 깃털을 제외한 몸이 사람의 새끼손가락 끝마디보다 작지만 기온이 영하 34도 밑으로 떨어져도 다른 연작류처럼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고 해요. 작은 새는 몸에 저장된 열 자체가 적어서 몸무게로 예상한 것보다 열이 훨씬 빨리 식는데 상모솔새는 체중의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깃털로 몸을 보온한다고 하네요. 해가 짧은 겨울에 매일 자기 체중의 세 배에 달하는 곤충을 섭취해야 하는 상모솔새가 도대체 어디서 먹이를 구하는 건지, 야간에 얻는 주된 에너지원이 무엇인지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고, 어디서 밤을 보내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무리를 지어서 서로 온기를 나누며 살아남는 것으로 추측하네요. 자연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결국은 상호 의존과 생태적 조화를 통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네요. 저자는 자연의 세계에서 오른쪽 왼쪽이란 없다고 했는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뭔가 철학적으로 다가왔네요. 우리가 오른손과 왼손,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을 혼란스러워하지 않는 건 바라보는 대상과 바라보는 위치를 가정해두었기 때문이라고, 반면에 DNA 분자, 아미노산 분자, 덩굴이나 우주 은하의 꼬임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는 거예요. 그걸 오른쪽과 왼쪽 중 무엇으로 부르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네요. 지구상의 생명체는 서로 연대하며 진화해 왔고, 숲은 대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는 현장이네요. 진정으로 숲을 가꾼다는 건 나무들뿐 아니라 그 안팎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며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는 걸, 우리 역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