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작은 미술관 -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삶
김정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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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네의 작은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어릴 때의 추억도 함께 잃어버린 느낌이에요.

불과 몇 년 사이에 낡은 건물들은 새로운 건물들로 바뀌었고,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쭉 살았던 동네의 모습은 이제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어찌나 섭섭하던지... 정겨운 골목 풍경은 까마득한 과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유럽의 골목길이 참으로 부러워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서 아름다운 야경의 거리와 골목길 풍경에 반하고 말았네요. 영화 속 밤의 마법 같은 분위기는 시간여행 때문이지만 실제로도 세월을 머금고 있는 파리의 골목길이라서 신비롭고 낭만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네요. 바로 그 골목길의 작은 미술관들을 산책하며 안내하는 책이 나왔네요.

《파리의 작은 미술관》은 김정화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오랜 시간 파리에서 문학과 미술을 공부하면서 피카소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의 개관을 보며 미술관은 시대와 함께 변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계기가 되어 박물관학을 공부하고, 이 분야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전시기획자이자 박물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박물관학과 교수로서 인재를 키워냈고,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준비 총감독부터 관장까지 3년 반을 일하고 퇴직한 게 2021년 여름이었다네요. 그무렵 들라크루아, 피카소를 정말 진심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파리로 가게 되었고, 그렇게 한 사람씩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완전 낭만적인 여행이네요. 예술가들이 실제로 살거나 작업했던 공간이 자리한 파리의 골목길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미술관들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네요. 여기에 실린 사진은 저자가 직접 거닐며 눈길이 가는 장면들을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라는데 그 부분이 더 좋았네요.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 공간들은 들라크루아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로댕 미술관,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몽마르트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르코르뷔지에 미술관, 자코메티 미술관으로 모두 일곱 개의 미술관이네요. 크고 웅장한 대형미술관도 좋지만 여기에서 소개하는 작은 미술관들은 거장들이 머물렀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예술가의 작품만을 감상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화가의 사적인 공간과 작업실이 미술관으로 변신한 공간을 체험하는 거예요. 은둔 화가, 귀스타브 모로는 일흔을 바라보며 자신의 작품 전체를 온전히 보존하겠다는 목적으로 본인이 살던 집을 미술관으로 만드는 대대적인 개조 공사를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살아생전에 미술관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모로는 미술관을 준비하면서 사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이렇게 적었다고 해요. "그는 찬란한 지평을, 가장 다양한 길들을, 가장 새롭고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길들을 열었따. 그는 허풍을 떨거나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서도 프랑스 미술의 고유한 성격인 통찰력 있는 철학과 고도의 이성과 최상의 논리를 유지하면서, 프랑스 미술에 환상과 시적이고 유연한 변화뿐만 아니라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표현 방식들이라는 요소들을 도입했다." 또한 말년에 미술대학 교수로 있을 때는 학생들에게, "나는 다리입니다. 여러분은 지나가거나, 혹은 지나가지 않을 겁니다." (185p) 라고 말했다는데, 예술가 자신을 '다리'에 비유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예술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는'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느낌이랄까요. 예술과 낭만, 역사와 문화의 공간 속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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