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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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지만 그거,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에요.」

「어떤 점에서요?」

「보일 겁니다.」

(181p)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요.

관계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는 거죠. 부모와 자녀 사이가 그렇죠.

아멜리 노통브의 장편소설 《자매의 책》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네요.

작가는 이 작품을 트리스탄처럼 자신을 돌봐준 언니 줄리에트에게 바쳤다고 해요.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해요. 젊은 연인들, 플로랑과 노라가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첫 아이가 트리스탄인 거예요. 주인공 트리스탄은 착한 아이라는 저주에 걸렸고, 여동생 레티시아와 사촌동생 코제트를 돌보면서 기묘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네요. 과연 트리스탄은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두 자매의 사랑은 플로랑과 노라 사이의 사랑이 치환된 게 전혀 아니었다.

플로랑과 노라의 사랑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남녀간의 연애에 속했다.

반면 트리스탄과 레티시아의 사랑은 절대적 의미의 사랑, 범주 바깥의 사랑, 목록에 없는 더욱 강력한 현상이었다.

모든 사랑인 동시에 모든 자유인 그것은 어떤 분류에 의한 변질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트리스탄은 네 살 반의 나이에 충만함을 발견했고, 레티시아는 그 충만 속에서 태어났다.

레티시아는 마음이 굶주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지만, 트리스탄은 그 고통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49p)

트리스탄의 부모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도리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잉꼬 부부지만 딸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부모네요. 만약 트리스탄이 그토록 영특한, 거의 천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뛰어난 아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유명하잖아요. 어미와 격리된 새끼 원숭이가 젖병이 달린 철사 엄마와 먹이는 없지만 부드러운 헝겊 엄마 사이에서 배고플 때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 엄마에게 매달려 있더라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네요. 이 소설은 자신의 불안과 결핍을 절대 내색하지 않는 아기 트리스탄을 통해 부모의 잔인함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네요. 문득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떠올랐네요. 숲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생존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두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네요. 그림 형제의 원작에서는 엄마가 친모였고 아이들을 버린 것은 굶주림 때문이었다고 해요. 근데 트리스탄과 레티시아의 부모는 지극히 평범해 보여서, 오히려 그것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네요. 어쩌면 부모들 자신만 모르는 것인지도... 일상의 모습을 24시간 카메라로 찍는다면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날 테니까요.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 자라난 트리스탄과 레티시아, 두 자매를 통해 가장 내밀한 관계의 슬픔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매의 이야기인데도 금세 몰입될 정도로 강력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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