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時事) 고사성어 - 김영수의 ’지인논세(知人論世)’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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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감다살, 느좋, 꾸안꾸 등등 별걸 다 줄여서 표현하는 줄임말이 유행이네요.

주로 젊은 세대가 긴 문장을 줄여 편리하게 혹은 재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의 문화만은 아닌 것이 과거에도 줄임말은 있었네요.

아주 길게 설명해야 할 내용을 단 네 글자로 압축하는 말이 있네요.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 때는 '어불성설', 복잡한 인생사를 요약하자면 '새옹지마',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갈 때는 '부화뇌동',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다독일 때는 '동병상련'이라는 사자성어를 쓸 수 있네요. 근데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니 점점 잊혀지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고사성어의 뜻을 정리한 내용이었다면 관심이 가지 않았을 텐데, 시사 고사성어로 사람을 알고 세태를 논하는 책이라고 하니 궁금하더라고요.

《시사 고사성어》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해온 김영수 님의 '지인논세'라는 책이네요.

저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와 언론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다양한 고사성어의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간신현상에 주목하여 <간신론>을 비롯하여 <간신전>, <간신학>이라는 간신 3부작을 집필하면서 각종 지면을 오염시키고 있는 고사성어 오용사례를 짚어내는 글을 써왔고, 이번에 사람과 세태를 비유하고 풍자하는 고사성어 80꼭지를 모아 한 권으로 묶어냈다고 하네요. 뉴스나 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고사성어의 본뜻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세태와 타락한 언행의 민낯을 들여다 볼 수 있네요. 여기에 실린 시사 풍자만화는 챗GPT를 활용하여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고사성어라고 하면 한자 때문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시대 상황에 맞춘 해설에 집중한 내용이라서 어렵거나 걸리는 부분은 전혀 없었네요. 지금 우리 사회는 거대하고 엄청난 변혁기에 접어들었고, 이러한 때일수록 자기혁신과 공부가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고사성어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인문 공부가 되었네요.

"영화 <야당>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소훼난파 (새집 소巢, 헐 훼毁, 알 난卵, 깨질 파破)'라고 쓴 액자가 걸린 구관희 검사의 별실이 나온다. 참고로 '야당'이란 마약범죄 수사에서 정보원 역할을 하는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이다. 이 영화는 마약·경찰·검찰·야당의 관계를 다룬 범죄 영화이다. 영화 <야당>은 2025년 최고 흥행작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 타락한 정치 검사 구관희의 별실에 걸린 액자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영화는 이 액자의 글씨를 꽤 길게 비춰준다. '소훼난파'는 '새집(법질서)이 부서지면 알(국민)도 깨진다'는 뜻으로 실제 검사들이 즐겨 쓰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법이 망가지면 국민이 다친다는 의미로 황병국 감독은 '모두가 생각해 봤으면 하는 문구를 영화 속에 등장시켰다'라고 밝혔다.(<스포티비뉴스> 강효진 기자) 감독의 인문학적 소양이 볼만하다. '소훼난파'는 동한 말기의 명사 공융과 그 가족에 관련된 고사에서 비롯된 사자성어이다. 고사는 공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 공융의 딸이 남긴 '새집이 부서졌는데 알이 깨지지 않겠는가'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훗날 이 사자성어는 조직이나 집단이 무너지면 그 구성원들도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 공융의 딸이 말한 '소훼난파'는 조조와 그 간신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뒤따르는 의연함과 처연함이지만, 우리 검찰의 '소훼난파'는 왜 이리도 구질구질할까? 개운치 않고 찝찝하다. 왜? 일곱 살 딸처럼 의연하게 당당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당은 그만두더라도 최소한 자신들의 운명을 말없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찌질한 이들이 바로 수십 년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러 온 검찰의 진짜 정체다. 그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역사의 심판은 더디고 때로는 건너뛰기도 하지만 절대 잊지 않고 있다가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 역사의 법칙이고, 역사의 회복력이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하는 까닭이다." (260-2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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