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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사랑은 오해다 ㅣ 세계척학전집 4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또 있을까요.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고 싶어 할까요, 사랑은 꼭 해야만 하는 걸까요.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람일수록 바보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네요.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사랑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적 담론을 넘어 뇌과학, 생물학, 심리학이 결합한 과학적 영역으로 폭넓게 발전해왔네요. 저자 이클립스는 훔친 철학편에서 생각하는 방식을, 훔친 심리학편에서는 인간의 작동 원리를 매뉴얼로, 훔친 부 편에서는 돈의 문법을 정리하더니, 이번엔 '사랑'을 감정이 아닌 매커니즘으로 설명해주고 있네요.
《세계척학전집 : 사랑은 오해다》는 세계척학전집 시리즈 네 번째 책이네요.
이 책은 사랑을 네 개의 공식, 즉 사랑의 정체, 끌림의 구조, 파국의 공식, 사랑의 기술로 정리하고 있어요. 사랑의 공식을 안다고 해서 연애 고수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반복되는 연애 실패를 끝내는 팁을 얻을 수는 있네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야 해요. 각 장에는 여러 가지 'INSIGHT'가 나와 있어서, 직접 자신에게 적용해볼 수 있네요. 미국의 심리학 교수 테노브는 1979년 저서 『Love and Limerence』 에서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안에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네요. 하나는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고, 함께 있고 싶고,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좌우되고, 상대 생각이 의지와 무관하게 침입하고, 확신이 없을 때 가장 강렬해지는 감정인데, 이 두 번째 감정에 대해 '리머런스'라는 이름을 붙였네요. 리머런스는 내 기대와 욕망, 환상으로 만들어진 빔 프로젝트이며, 상대는 스크린이라는 거예요. 리머런스는 '내가 만든 당신'을 향하는 것이고,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네요. "상대가 잘 되기를 바랐는가, 아니면 상대가 나를 원해주기를 바랐는가." (22p) 라는 질문으로 사랑과 리머런스를 가를 수 있네요. 자신의 감정이 리머런스인지 사랑인지 알면 끌려가지 않을 수 있네요. 사랑에 대한 모든 탐구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아는 것에서 출발하네요.
"좋아하는데 설레지 않을 때가 있다. 설레는데 함께 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떠나려다가 막상 잃을 것 같으면 미칠 것 같을 때가 있다. 같은 사랑이 아니다. 피셔의 뇌과학을 안다는 것은 도파민이나 옥시토신이라는 화학물질 이름을 외우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이 끌림인지, 애착인지, 욕망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90p)
피셔는 우리 안에 성욕, 끌림, 애착이라는 세 개의 스위치가 있어서 각각의 속도와 방향으로 작동한다면서, 이것을 아는 사람은 끌림에 휩쓸릴 때 자신이 휩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끌림이 식었을 때 끝이 아니라 하나의 스위치가 꺼진 것임을 인지하네요. 세 개의 스위치를 읽을 수 있어야 진짜 감정의 정체를 볼 수 있네요. 가트맨의 40년 연구에서는 행복한 커플과 불행한 커플의 차이는 문제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커플 갈등의 69%는 해결되지 않는 영구적인 문제라서 같은 문제로 수십 년을 싸우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이 문제인 거예요. 해결되지 않는 갈등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가트맨이 말하는 관계의 기술이네요. 최근 방송을 통해 실제 커플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통과 관계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면교사로 배우고 있네요. 현대인은 사랑에서 강렬한 감정과 안전한 출구,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하는데, 바디우는 출구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하는 관계에서는 완전히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하네요. 흔들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세계를 흔드는 만남은 일어나지 않아요. 강렬함은 원하되 취약함은 원하지 않고, 연결은 원하되 의존은 원하지 않는 것을 바디우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했네요. 그래서 바디우가 정의한 사랑은 충실함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네요. 충실함은 감정의 지속이 아닌 선택의 지속, 처음에 일어난 사건이 열어놓은 세계를 계속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거예요. 설렘이 사라져도, 갈등이 생겨도, 상대가 처음과 다르게 보여도, 그 만남이 열어놓은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거예요. 연애는 즐거움만을 좇는 것이기에 짧고 덧없지만,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고, 차이를 견디며, 충실함을 선택하여 날마다 극복한다는 점에서 위대하네요. 진짜 사랑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과 직결되어, 사랑하는 방식이 곧 살아가는 방식이네요. 결국 우리는 사랑을 배운 적 없지만 이미 사랑을 경험했고, 사랑으로 살고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