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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마리 보스트윅 지음, 이윤정 옮김 / 정은문고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싫은 단어가 '완벽'이네요.
뭐든간에 그 '완벽'을 붙이면 너덜너덜해지거든요. 완벽한 주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완벽함을 좇다가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어요.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삶을 살면서도 공허함을 느끼는 주부가 이웃들과 북클럽 '베티들'을 만들면서 멋진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네요. 시간적 배경이 1960년대인 데도 크게 세대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요.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은 마리 보스트윅의 장편소설이네요.
이 소설 속 주인공들, 베티들 북클럽의 멤버는 마거릿, 비브, 샬럿, 빗시라는 네 명의 여성이네요.
예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쓰는 펌프가 있었는데, 사용방법은 한 바가지의 물, 즉 마중물을 넣어야 했어요. 그냥 펌프질을 해봤자 물은 나오지 않아요. 그녀들의 마중물은 당시 금기시 되던 한 권의 책과 북클럽이었네요. 그 책이 바로 『여성성의 신화』 인데 이것을 읽고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주부'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타인의 기대가 아닌 온전히 나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네요. 저자는 당시 여든아홉 살이었던 어머니와의 대화 중에 『여성성의 신화』 를 읽고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얘기에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앞선 세대, 문제적 여성들이 대가를 치르며 얻어낸 결과라는 말에 완전 동의하네요. 여성 해방 운동, 페미니즘 역사에서 중요한 고전이 깜짝 등장하여 비록 소설이지만 생생한 체험의 장을 열어줬네요.
그녀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아이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완벽하지 못한 것을 괴로워하고 자책한다는 점이네요. 잘못된 건 세상이지 그녀들이 아니었네요.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북클럽에 가입했다가 서로 문제를 공유하고, 지지하면서 연대의 힘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텐데, 함께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네요. 한 권의 책으로 개인의 삶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긍정적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따뜻한 울림을 주네요. 남들 앞에서 완벽하게 꾸미고 싶은 것이 본능이지만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고, 내밀한 욕망을 순수하게 응원하며 지지하는 것이 우정의 본질이 아닌가 싶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느니 '여자들은 속이 좁고 질투가 많다'라는 식의 말들은 여성 간의 관계를 폄하하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이네요. 실제 현실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깊이 공감하고 감정적 유대를 통해 우정을 쌓는 경우가 더 많네요.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이런 성별의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바꿔가야 해요. '세상은 원래 다 그래.'라는 말에 강력히 저항하며, 잘못된 부분은 뜯어 고칠 수 있는 강단을 가질 것, 그녀들을 통해 배웠네요.
"어쩌다 보니 무언가를 더 원하는 지점에 이르렀어요.
새로운 도전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기여랄까요? 혹시 이기적으로 들리나요?"
"전혀요. 남자가 새로운 산을 오른다고 하면 모두들 등을 토닥이며 박수치고 패기 넘친다고 하죠.
왜 여자라고 달리 봐야 하죠? 당신이 아이들 내팽개치고 서커스단에 들어가려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가족과 다른 이들까지 돌보며 더 많은 일을 떠안는다는데, 뭐가 이기적이에요?
게다가 능력이 있잖아요. 그걸 혼자만 간직하고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서
앞으로 마흔 해를 카드 게임이나 하며 보낸다면 그게 진짜 이기적인 거죠."
"아이들은 영원히 아이로 머무르지 않잖아요."
"그다음엔 뭐하죠? 친구들이랑 점심 먹으며 관절염 타령이나 하고,
다 큰 자식들한테 전화 한 통 안 한다고 잔소리하면서 사는 건가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모두가 불행해졌죠. 특히 엄마 자신이." ( 146-14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