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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 농부와 소설가가 심은 한 알의 진심
이동현.김탁환 지음 / 해냄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흙길을 맨발로 밟아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도시에 살다 보니 흙을 밟을 일이 드물고, 자연에 대해서도 삶의 일부라는 느낌보다는 관망하는 풍경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농부들의 노고와 직접 쌀, 작물을 키워내는 농사의 소중함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네요.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이동현 농부 과학자와 김탁환 마을 소설가가 함께 쓴 생태에세이네요.
전남 곡성군 섬진강가에는 '미실란'이 있어요. 발아현미를 제조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은 2025년 창립 이십 년을 맞았다고 하네요.
소설가 김탁환 작가는 이동현 대표를 인터뷰하여 2020년 가을, 에세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출간한 뒤로, 이듬해 곡성으로 내려와 미실란에 집필실을 마련하여 읽고 쓰고 농사짓고 책방까지 만들어 5년째 함께하고 있다네요.
이 책은 도시 소설가에서 마을 소설가이자 초보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김탁환 작가가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이동현 대표의 솔직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 사계절이 담긴 농사 일기인 동시에 미실란의 20년을 지켜온 진심을 만나는 책이네요. 이동현 대표는 오 년 전에 미실란에 우연히 들른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작가는 글을 가르쳐주고, 농부는 농사를 알려주며, 같이 농사를 짓고 글을 써서 이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네요. 단순히 농사 이야기만이 아니라 한 그릇의 따뜻한 밥처럼 들녘의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지켜내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김탁환 작가는 미실란 이십 년의 핵심 단어를 '물꼬'와 '둠벙'이라고 꼽았네요. 물꼬는 논에 물이 넘나들도록 만들어놓은 좁은 통로, 이 물꼬를 통해 논에 물을 얼마나 적절하게 대느냐가 벼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요. 둠벙은 논 옆의 작은 웅덩이로 벌레들이 꼬여서 메우라는 관광객도 있지만 지독한 가뭄에는 둠벙의 물들이 논으로 흘러들어 숨통을 틔운다고 하네요. 친환경 유기농으로 경작 중인 벼농사에서 물꼬와 둠벙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해요. 무농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그것들을 감내하면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네요. 미실란의 종자를 보면 작고 단단한 볍씨 안에 한 해 농사의 시간과 땀, 정직한 삶이 담겨 있다고, 이것이 미실란 씨앗의 마음이었네요. "나를 지키고, 들녁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겠다"는 스무 살의 미실란의 다짐은 이 땅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이네요. 기후 위기와 농촌 소멸 시대에 느리고 힘들더라도 바른 농업으로 모든 생명을 지키는 행위가 곧 지구를 살리는 길이네요.
"처음엔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도와야죠. 물꼬는 늘 살펴야 되고, 적절하게 물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해야 하니까요. 벼농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심어놓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아요. 물을 충분히 넣어주다가 7월 말경에는 한 번 물을 빼야 해요. 그래야 뿌리가 깊게 논 흙으로 들어가거든요. 머리로는 알더라도 몸이 느껴야 합니다. 물을 잘 대는 것으로부터 벼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9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