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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 - 제인의 사람과 사랑, 문학에 대한 가장 내밀한 생각을 나눈 편지들
제인 오스틴 지음, 유혜인 옮김 / 이일상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12월 16일,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이었네요.
200여 년 전에 영국에서 활동한 작가지만 전 세계에 수많은 독자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작가라는 사실이 놀라워요. 그동안 『오만과 편견』 을 비롯한 대표작들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을 떠올리곤 했는데, 실제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어낸 책이 나왔네요.
《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은 제인 오스틴의 서간집이네요.
이 서간집에는 현재 남아 있는 160여 통의 편지 가운데 작가의 삶과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편지들을 선별하여 제인의 생애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했다고 하네요. 첫 번째 편지는 1796년 1월, 고향 스티븐턴에서 언니에게 무도회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네요. 편지에서 언급된 톰 르프로이는 제인 오스틴의 첫사랑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집안의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못했고, 그를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 의 다아시 씨가 탄생했다는 말이 있네요. 스물, 스물한 살의 제인 오스틴이 무도회에서 누구와 함께 춤을 췄는지, 시시콜콜 이야기하면서 톰 르프로이 씨에 대해서 딱 한 가지 흠은 '모닝코트 색이 지나치게 밝다는 거라고 말한 부분이 귀여웠네요. 투명하게 마음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네요. 평생 가장 친한 친구였던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들에서 일상의 사소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고, 평범한 일상을 반짝이는 순간으로 바꾸는 위트와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네요.
"오늘부터 3주 후면 언니는 런던에 가 있겠네. 날씨가 이보다는 좋아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한다고 언니가 나쁜 날씨를 피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야. 요새는 끊임없는 눈과 비, 참을 수 없는 먼지만 왔을 뿐이잖아?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이나 혹독한 추위는 아직 오지 않았어. 저번에 편지를 쓴 이후로 앞의 날씨들을 종류별로 한 번씩은 다 겪긴 했지만 지나간 불만을 끄집어내는 건 고상한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 언니가 전해 준 패니 소식을 듣고 참 기뻤어. 다시는 이렇게 오래 무력해지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이제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패니를 생각하고 패니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모든 행복을 오래도록 즐기기를 빌었지.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 주는데 패니 자신도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잖아. 내 글이 패니에게는 즐거움이라니 기쁘네." (143-145p)
시기에 따라 나뉜 편지를 읽다 보면 언니 커샌드라와 가족 외에도 이웃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참고로 첫 장에 '오스틴 가계도'가 나와 있어서, 편지 속 인물들을 파악할 수 있네요. 맨 마지막에는 언니 커샌드라가 동생 제인이 죽은 후 조카에게 쓴 편지가 나오는데, 제인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나는 보물을 잃었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동생, 최고의 친구를, 제인은 내 삶의 태양이었다. 제인이 있었기에 내 모든 기쁨은 금빛으로 반짝였고 내 모든 슬픔은 누그러졌지. 생각 하나 숨기지 않는 사이였기에 마치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야. 나는 제인을 너무도 사랑했어. ··· 마지막 순간까지 제인의 곁을 지킬 수 있게 해 준 신께 감사드려." (294-295p)
커샌드라는 동생이 죽은 이후에 사적인 기록들이 동생의 명성에 해가 될까 우려해 상당수의 편지를 불태워 없앴다고 해요. 은밀하고 사적인 편지 속에는 분명 두 사람만의 비밀이 있었을 테니까요. 위대한 작가의 짧은 생이 몹시 안타깝지만 그녀의 편지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네요.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들이 주는 감동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