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너이기 때문에 나태주의 인생 시집 3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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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내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인 어느 날 꽃밭에 활짝 핀 꽃들을 보았어요.

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네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네요. 그때 문득 행복이란 이렇듯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언제든 알아채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거창하고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일상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숨어 있네요. 바로 그 행복들을 발견하여 우리에게 시의 언어로 전달해주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나왔네요.

《다만 너이기 때문에》는 나태주 시인의 인생 시집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네요.

인생 시집 시리즈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을 대상과 주제에 맞게 선별하여 명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김예원 작가님이 엮어낸 특별한 시집이에요.

원래 시를 위해 그려진 그림이 아닌데도 시의 감성과 분위기에 어울려서 아름다운 시화집이 완성된 것 같아요. 이번 시집 속 그림은 프랑스의 신인상주의 화가 앙리 마르탱(Henri Jean Guillaum Martin, 1860년~ 1943년)의 작품이며, 점묘법을 활용한 따뜻하고 밝은 색채와 서정적인 분위기, 생동감 넘치는 빛과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요. 바느질 하는 소녀, 거위와 아이, 범선을 든 소년, 엄마와 아이, 부부, 연인, 농부 등 다양한 인물들과 정원, 숲, 농촌의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낭만적으로 표현했네요. '엮은이의 말'에서 앙리 마르탱의 작품을 수록한 이유가 나와 있어요.

"··· 저는 유난히 앙리 마르탱의 초록빛이 지닌 편안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오래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그 이유를 그의 삶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이었습니다. 무명 시절 만난 아내를 평생 사랑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을 살아갔습니다. 한 사람을 끝까지 바라보는 태도는,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자 예술을 향한 자세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아직 그를 알아보지 못하던 시간에도 그는 묵묵히 붓을 들었고, 아내는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키며 끝까지 믿어주었습니다. 세상은 그가 마흔을 넘긴 뒤에야 비로소 그의 재능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인생 시집 3권은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지나며 정작 자신은 위로받지 못한 채 하루를 견디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흔의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278-279p)

1권은 청소년과 자신을 작고 서툴게 느끼는 이들을 위해서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2권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느끼는 청춘들을 위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을, 3권은 인생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는 40대 중년을 위해 앙리 마르탱의 그림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더해주고 있네요. "나는 지금도 가고 있는 중이야 / 나는 지금도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이야 / 내가 모르는 곳 / 내가 모르는 사람들 찾아서 / 지금도 가고 있는 중이야 / 다만 아는 건 누군가가 나를 / 기다리고 있다는 것 /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 / 나는 지금도 서 있는 중이야 / 나는 지금도 다리가 아픈 중이야 / 그래도 좋아 왜냐면 / 나는 지금 내가 만나고 싶은 나를 /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말이야." (54p) 이 시의 제목은 <성공>이네요.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도 낙담하지 말라고, 지금은 성공한 나를 만나러 길이라고 이야기하네요. <꽃필 날> 이라는 시를 보면, "내게도 / 꽃필 날 있을까? / 그렇게 묻지 마라 / 언제든 / 꽃은 핀다 / 문제는 / 가슴의 뜨거움이고 / 그리움, 기다림이다." (229p)라면서 자신의 가슴이 무엇을 향해 뛰는지, 그 열정과 끈기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네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우리는 그저 '나'로서 소중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시인은 우리를 '꽃'에 비유하며, 기죽지 말고 잘 살아보라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고 있네요. 응원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시를 읽으며, 그림을 바라보며 새삼 깨닫게 됐네요. 어느새 봄, 슬슬 햇볕이 뜨거워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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