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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쩌다 보니 대한민국은 성공적인 민주화 모델이 되었네요.
내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대통령 탄핵과 대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낸 결과네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과 증오, 혐오와 같은 불편하고 불쾌한 현상들을 일어났네요. 사이버 공간을 기반으로 한 혐오 발화가 현실 사회의 갈등을 표출하는 매체로 작동하더니 대놓고 특정국가를 욕하는 길거리 시위까지 등장했네요. 소수의 잘못된 의견일 뿐이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건 위험한 신호이며,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혐오사회》는 독일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의 책이에요.
혐오와 적개심의 영향력을 분석한 이 책은 10년 전 독일어판이 출간되었고, 2026년 출간 1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네요.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10년 전 당시 나는 이 책의 분석이 전 세계적 사회 담론의 급진화와 야만화에 대한 예측으로서 이렇게까지 적중할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그저 특정 인간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적대감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것이 어떤 이데올로기적 서사와 결합해 우리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연대하는 존재라는 우리의 자아상을 내부에서부터 잠식하는지 논하려 했을 뿐이다. ··· 혐오와 적개심, 거짓과 허위 정보의 디지털 유포 매체는 전 세계적이고 전체주의적으로 작동한다. ··· 증오와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은 모두 그전에 미리 정해진 궤도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밈 하나, 이미지 하나, 짧은 글귀 하나로 망상을 열어젖히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흥분할 필요도 없다. 그저 먹잇감만 던져두고 방아쇠와 디지털 확산 도구만 믿고 맡겨두면 된다. ··· 이제는 단지 포퓰리즘 전략가, 권위주의적 인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 사회를 공격하기 위해 국내와 국외, 국가 단체와 비국가 단체를 막론하고, 러시아에서든 중국에서든 이란에서든 담론 전복을 꾀하는 모든 댓글 부대와 디지털 공장의 문제다. 지속적인 혼란 조장, 지속적인 분열, 지속적인 게릴라 활동으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극하고 파괴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4-22p)라고 이야기하네요. 현재 상황을 저자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야만의 시대라고 명명했네요. 전 세계인들이 두 눈으로 야만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는 거예요.
이 책은 증오가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지, 현대 사회를 뒤덮은 혐오와 증오, 폭력의 메커니즘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어요.
요즘 국제 뉴스를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이란 민간시설을 파괴해놓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협하는 미국 대통령이라니, 너무 충격적이네요.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만 해요. 그들이 파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를 우리는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혐오와 증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네요. 독재자 한 명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도록 방관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어요. 우리는 함께 행동할 수 있고, 혐오와 증오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매우 의미 있는 책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