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2 - 36명의 거장과 명화 속 숨은 이야기 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2
야마다 고로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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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명화 감상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네요.

요즘 미술 관련한 책들을 많이 찾아 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2》은 야마다 고로의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유튜브 채널 <야마다 고로 어른들을 위한 교양 강좌>에서 화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펴냈다고 하네요.

이번 책에 숫자 2, 그러니까 두 번째 책이라네요. 이 책에서는 서양 미술사 연표를 통해 한눈에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고, 각 시대별 인물 관계도까지 설명해줘서 제대로 서양미술사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네요. 후기 고딕 시대의 화가 조토부터 초리 플랑드르파, 르네상스, 마니에리즘, 바로크, 로코로, 낭만주의, 상징주의, 인상주의를 거쳐 마지막에는 메이지시대 일본 화가를 소개하고 있네요.

명화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알려주니 재미있네요.

"거울아, 거울아, 그림 속에 그려진 사람은 누구일까?" (102p)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보면 어린 공주님의 뒤편에 거울이 있어요. 그림의 주인공은 스페인 공주 마르가리타이고, 왼쪽 끝에 서 있는 사람은 공주의 초상화를 계속 그려온 수석 궁중화가 벨라스케스 자신이네요. 공주님 뒤에 거울과 문이 나란히 보여서 헷갈렸는데, 문쪽에 서 있는 남성은 왕비의 시종이고, 거울 속 인물은 국왕 펠리페 4세 부부라고 하네요.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가 그림 밖에 서 있는 국왕 부부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놀러 온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해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본인까지 등장시켜서 인물을 좌우, 지그재그 동선으로 배치하여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가장 안쪽에 그려진 열린 문과 빛은 더 깊은 공간이 있음을 암시하는 연출로, 1656년 작품이 무척 세련되고 놀라워요. 평면적인 그림을 매우 입체적으로 표현해냈고, 각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이 다양해서 뭔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영화적인 서사를 상상하게 만들어요. 특별히 이 책에서는 <시녀들> 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각각 따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거울 속에 그려진 펠리페 4세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펠리페 4세는 첫 왕비와 사별한 후, 사랑하는 여동생의 딸이자 사망한 아들의 약혼자였던 마리아나와 재혼하였고, 그녀가 바로 마리아나 데 아우스트리아예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왕비로 약혼자였던 스페인 황태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아버지이자 숙부인 펠리페 4세의 아내가 되었다고 하니 족보가 너무 꼬인 것 같아요.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가문의 혈통과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 수세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근친혼을 감행했는데, 이로 인해 유전적 결함인 합스부르크 주걱턱이 생겼다고 해요. 벨라스케스가 세상을 떠난 지 166년 후,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가 된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 이 나와 있는데, <시녀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네요. 단체 사진을 찍듯이 좌우로 길게 나열한 국왕 일가의 모습 뒤로 캔버스 앞에 서 있는 자신을 그려 넣었는데, 본인 모습을 같이 그렸다는 점만 똑같네요. 저자의 설명과 함께 명화를 세세하게 관찰하니까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 덕분에 더 몰입하게 된 것 같아요. 여기에 저자만의 수다, 그림에 관한 짧은 코멘트가 재미있어요. 각 장에는 QR코드로 유튜브 동영상 해설을 볼 수 있네요.

벨기에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페르낭 크노프의 <애무>,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버리진 거리>, <베르하렌과 함께 ㅡ 천사>, <향> 은 신비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네요. <애무>의 스핑크스 얼굴 모델은 크노프보다 여섯 살 어린 여동생 마르그리트라고 해요. 스핑크스와 닮은 오이디푸스는 오빠인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그가 마르그리트를 모델로 많이 그린 이유는 단순이 여동생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여성의 모습을 한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기 때문이래요. 실제로 여동생의 초상화를 보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인 것 같아요. 크노프는 스무 살 무렵의 마르그리트를 그린 이 초상화를 평생 자신의 방에 걸어두었고, 다른 여성을 모델로 그려도 얼굴을 마르그리트를 닮아버릴 정도로 그녀에 대한 집착이 깊었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나르시시즘의 전형이 아닌가 싶네요. 여동생 이외의 성인 여성과 교류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크노프는 종종 여성을 무서운 짐승의 모습으로 그리곤 했대요. 성인 여성과의 교류는 어려워했지만 순수한 소녀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는지 소녀의 초상화를 몇 점 남겼는데, <반 델 헥트 양의 초상>을 보면 어린 소녀의 모습이 몽환적이고, 눈빛은 뭔가 공허한 느낌이라서 비현실적이긴 하네요. 자신의 내면 세계라는 성전에 스스로를 가둔 듯한 크노프의 그림을 통해 상징주의가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상징주의 이후 인상주의가 촉발하는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흥미로워요. 인상주의, 포스트 인상주의, 소박파, 분리파, 청기사, 에콜드파리, 메이지시대 일본의 화풍을 나란히 비교하며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네요. 서른여섯 명의 거장과 명화를 만나는 특별한 전시회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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