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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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글을 쓰는 작가들이 어떤 의도로 썼는지,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어요. 읽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세계 안에서 마음대로 펼쳐볼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근데 유독 이 작가의 작품들은 그 자유권을 빼앗긴 느낌이랄까요.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러한 자각조차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깨닫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버지니아 울프.

인간의 내면적 의식을 실험적 문체로 그려낸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토대를 닦은 20세기 영국 작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을 때, 읽기도 전에 '그녀는 어떤 작가다.'라는 명제가 머릿속에 박혀서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 그녀의 작품을 깊이 있게 바라보질 못했네요. 현대문학의 지평을 넓힌 거장이라는 평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평가에 걸맞는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라는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이 책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중요한 에세이 여덟 편과 2025년에 최초로 공개된 두 편의 시가 담겨 있어요.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라는 부제처럼 단순히 읽는 차원의 독서를 넘어 사유의 확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유력인지라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네요.

아직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한 번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먼저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네요. 다시 오지 않을 첫경험,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에요.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어쩌면 작품보다도 더 널리 알려진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독자 입장에서 순수한 첫만남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일단 그녀의 삶과 작품을 둘러싼 논쟁은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여기에 실려 있는 에세이와 시를 통해 오직 자신만의 관점으로 읽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 그녀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라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고 하네요.

"독서에 관해 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충고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본능을 따르고,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며, 스스로 결론에 이르라."

(20p)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울프는 제인 오스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소문과 몇 장의 편지와 그녀가 쓴 작품에서 유래한다. 소문이라도 세월을 견뎌 살아남은 것이라면 결코 하찮지 않다. 조금만 손을 보면 제인 오스틴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목적에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 미트퍼드 부인의 익명의 친구는 이렇게 덧붙인다. - 최근에 제인을 만나 본 사람은 이렇게 말해요. 이제 세상에서 가장 꼿꼿하고 꼼꼼하며 말수가 적은 '독신의 축복' 그 자체가 되었다고요. 『오만과 편견』이 그 굳은 껍질 속에 숨겨진 귀한 보석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제인은 난로 옆의 부지깽이나 검불막이만큼도 주목받지 못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여전히 부지깽이 같지만, 이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예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 글로 인물 묘사를 날카롭게 하니까 어찌 두렵지 않겠어요?" - 한편, 오스틴 집안 사람들은 서로를 칭찬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형제들은 "그녀를 매우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 제인은 세상을 개혁하려 하지도 파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 없이 바라볼 뿐이다. 그 침묵은 정말 무섭다."

(26-38p)

울프는 여성 작가 중 가장 완벽한 예술가이자 작품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작가 제인 오스틴을 통해 시대적 제약을 침묵으로 맞선 여성의 목소리가 지닌 가치를 알려주고 있어요.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 라는 에세이는 오스틴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가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담아낸 오스틴의 작품 속에서 작가의 내면을 읽어낸 울프처럼, 저 역시도 울프의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인식을 발견할 수 있었네요.

"저 친구들은 우리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숲의 심연으로 들어가 버렸어, 누군가가 슬픈 듯 말했다. 우리는 그곳에 사는 무언가를 가끔 힐끗 볼 수 있을 뿐, 그것을 설명하려 애써 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러는 사이 그 무언가는 사라져 버리지. 한 번 본 찰나를 놓치면, 형언할 수 없는 피로와 우울이 우리를 덮치는 거야.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 그래서 다시 햇살이 내리쬐는 가장자리로 되돌아오지. 그림과 글이 서로에게 추파를 던지고 농담을 건네며 아낌없이 찬사를 주고받는 그곳으로."

(205-206p)

1775년생 제인 오스틴과 1882년생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2026년의 누군가로 이어지는 문학과 사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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