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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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바디호러 장르를 아시나요.

신체 변형, 절단, 질병, 기생 등 인간의 몸에 대한 기괴하고도 불쾌한 침해를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장르라고 하네요. 용어가 낯설었을 뿐이지, 이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접했더라고요. 단순히 피가 튀기는 고어물과는 달리, 인간의 몸이 통제력을 잃고 낯설게 변해가는 엽기적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혐오와 불안이라는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네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 그 다음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집요한 것 같아요.

《조각나고 찢긴,》은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이 기획한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라고 하네요.

우선 엮은이의 서문을 읽으면서 여성의 바디호러를 상징하는 메두사가 머리에서 뱀이 꿈틀대는 흉측한 얼굴의 괴물 이전에 아름다운 매혹적인 인간 여성이라는 이유를 벌을 받은, 잔혹하고 비논리적인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고대 신화의 여성 괴물들은 모욕감을 느낀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여성성을 형상화하여, 남성의 공포가 가공되지 않고 그대로 투영된 환상의 존재들이라는 거예요.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몸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여 죄를 짓게 만드는 존재로 비난받아 왔고, 가부장제에 맞서는 여성들은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찍혀 화형대에서 불태워졌어요.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은 여성의 몸이 역사적으로 겪어온 신체적, 심리적 폭력과 편견을 바디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하고 있어요. 가부장제가 씌워온 속박과 편견으로 인해 '조각나고 찢긴,' 여성의 몸을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여성 작가들에 의한, 여성을 위한 바디호러 앤솔러지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을 포함하여 15인의 여성 작가들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어요.

메건 애벗의 <주홍 리본>은 동네 아이들이 담력 테스트로 몰래 들어가는 호프먼 가족의 집이 왜 귀신의 집이 되었는가를 페니라는 소녀의 시선에서 그려내고 있어요. 주홍 리본의 실체,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건 악몽이란다, 페니. 다시 자렴." (93p) 이라는 아빠의 말에 소름이 돋았네요.

리사 터틀의 <은닉 휴대>는 영국 여성 켈리가 미국 텍사스로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의 사회문제를 꼬집는 다크 판타지네요. 켈리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무섭지 않아요? 내 말은··· 무서울 수밖에 없겠어요. 사람이 총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에요···" (186p) 남자는 자신을 '정의로운 총기 소지자'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뜨거운 얼음'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열다섯 편의 작품들은 기생 쌍둥이, 이상한 돌기, 멈출 수 없는 춤, 성형중독과 심리적 학대, 환생 여행, 네크로필리아, 드라큘라, 푸른 수염 등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네요. 오랜 세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를 얻지 못한 하피, 퓨리, 고르곤 그리고 운명의 여신들에게, 이제야 비로소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로 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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