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니콜 드뷔롱 만세!

 

결혼한 여자들이라면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어쩌면 결혼 기간이 길수록 공감을 넘어선 몰입 단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면서 말이다.

프랑스 부부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이었을까. 남편은 남자로 칭하고, 말하는 아내 자신은 당신으로 칭하고 있다. 읽으면서 조금 낯설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내가 마치 그 당신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50대 후반의 연륜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부부가 38년을 함께 살았다고 하면 서로를 속속들이 알 것 같은데 왜 제목이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일까?

한 지붕 아래 함께 밥을 먹고, 같은 침대를 쓰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법적으론 부부 혹은 동거인이라 부른다 에 대해 집중 탐구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결혼하고 나면 환상이 깨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사실임을 밝힌다.)

내 경우의 환상이라 함은 이심전심, 일심동체, 나의 반쪽과 같은 느낌을 말한다.

 정말 내 마음을 전부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지구 유일의 존재라고 여겼던 남자가 결혼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존재로 돌변했다. 무엇이 변한 건지도 모른 채 은근한 배신감이 밀려 왔다. 나만 배신감을 느낀 건 아닐 것이다.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상대방은 이제 미지의 존재가 되었다.

 

결혼한 남자와 여자는 무엇이 바뀌는가?

바라보는 잣대가 바뀐다. 연애할 때는 사랑의 잣대로 모든 결점이 덮어지고 오직 사랑스러운 그대만이 존재했다면, 결혼 후 현실은 너무나 이성적인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게 된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미혼인 사람들은 나의 결혼 생활을 측은하게 바라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해를 막고자 밝힌다. 현재 나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환상이 깨진 것이지 행복이 깨진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결혼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서로가 남으로 지낸 몇 십 년을 외면한 채 사랑과 결혼으로 상대방을 전부 안다거나 모든 게 일치할 거란 믿음은 환상이며 착각이다. 그래서 이혼 사유의 1순위는 늘 성격 차이인가보다.

도대체 자신과 성격이 100% 일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복제 인간이 아니고서야.

 

결혼하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결혼은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마치 이인삼각 경기처럼 나와 상대를 묶고 영차 영차 발 맞추어 한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내 보폭만을 강요하면 쓰러지고 만다. 서로를 배려하며 한 발씩 내딛는 노력이 있어야 함께 결승점에 도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책 속의 아내는 은퇴한 남편과 보내는 생활이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양한 외국어로 욕(제기랄)을 하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불만을 말하기 보다는 칭찬과 아부를 통해 우회적인 지적을 한다. 남편도 그녀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기쁘게 속아 준다. 그녀는 현명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38년 동안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내의 고양이와 남편의 개는 하나의 상징과 같다. 문득 영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떠오른다. 로맨스 영화라서 제목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인간이지만 서로 별개의 종이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양이와 개처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행복하다.

환상과 착각은 빨리 깨는 것이 결혼에 대한 현명한 자세이다.

 
니콜 드뷔롱의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 그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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