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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날씨를 확인해요.
대체로 맑은 상태인 날이 좋지만 늘 내 맘 같지는 않다는 걸 일기예보를 보며 생각해요.
마음 날씨... 내 것 같은데 내 것 같지 않은, 그 마음을 챙기는 따스한 그림과 이야기를 만났네요.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마음 소란한 날에 당신의 불안을 잠재우는 예술가의 삶과 그림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네요.
마음속 바람이 부는 날, 마음이 소란한 날, 그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나만의 다정한 미술관'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어요.
저자 허나영 님은 어릴 때부터 화가를 꿈꾸며 미술 입시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화집을 접한 뒤 화가의 꿈을 접었다고 해요. 입시를 위한 미술과 진짜 미술과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였고, 이후로 미술 관련서들을 탐독하면서 점차 세상에 퍼져 있는 훌륭한 그림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열정을 불태웠다고 하네요. 직접 그리지 않아도 예술을 사랑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보며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졌기에,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은 마음 날씨에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너무나 사적이고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었으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만큼 솔직했기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고백했는데 그 용기 덕분에 우리는 '예술이라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선물받았네요. 불안으로 일렁이는 안개 낀 아침에는 르네 마그리트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스며드는 우울의 바람 부는 날에는 파블로 피카소와 이중섭의 그림을, 빛 아래 생긴 그늘 구름 낀 날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을, 몸도 마음도 다 젖어버린 비 오는 날에는 렘브란트 판레인과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을, 사랑이 상처로 남은 서리 내리는 날에는 에드바르크 뭉크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더는 버틸 수 없는 폭풍 치는 날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구본주의 그림을, 상처가 눈에 덮이는 눈 날리는 날에는 마르크 샤갈과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그림을, 결국 비는 그치고 바람은 멎은 별이 빛나는 밤에는 김환기와 앙리 루소의 그림을,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 해가 뜬 날에는 클로드 모네와 길상화의 그림을 보는 거예요. 사람마다 감상이나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여기에 수록된 예술작품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움직이네요. 예술과 삶 그리고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네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 봄날의 햇볕처럼 사르르 눈을 녹이며 온기로 채워주네요.
"자신이 거기에 있다고 신호를 보내듯 별과 달이 반짝거리는 하늘을 보면 자연스레 김환기 1913~1974 의 작품이 떠오른다. 시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 (1969) 속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부제로 한 연작이다. 김환기는 친구였던 김광섭 시인을 비롯해 떠나온 고향과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마치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듯이 표현하였다. 색점 하나를 별 하나로, 그리고 별 하나를 그리운 사람으로 대입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 마치 수채화처럼 맑고 흐린 색들이 화면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짙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색점들이 하나하나 수놓듯이 화면에 떠 있다. 이렇듯 점 하나하나가 모인 화면은 일렁이듯 푸른 화면을 만든다. 이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작품 속 색점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늘에서 별빛 하나를 발견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작가가 점 하나에 그리움을 담았듯이, 보는 이 역시 점 하나에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담아볼 수 있다." (199-20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