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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 ㅣ 한숨에 읽는 2
스티븐 나이트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소설 장르에서 영미문학은 친근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주 읽는 편이에요.
근데 호주문학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더군다나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라니 궁금했지요.
《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는 호주 문학계 최초로 호주 범죄 소설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 스티븐 나이트는 호주 역사학자로서 수년에 걸쳐 범죄 소설 장르가 발현되기 시작한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져 온 주요 자료들과 700여 권의 책들을 면밀히 검토하였고, 그 목적은 호주 사회 기원의 역사적 형태를 분석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왜 영미문학과 호주문학의 구분이 없었는가, 애초에 호주문학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 책에서는 호주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하고 있어요.
"지구 대부분의 육지와 분리된 광활한 대륙 호주는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여러 부족으로 이루어진 원주민들이 거주해 온 곳이다. 호주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의 주 정부가 영국 출신 범죄자들의 사형 집행을 중지하고, 미국이 영국을 위한 감옥처럼 유지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부터 영어를 사용하는 외부 세계와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대영제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이 거대하고 비옥한 대륙을 찾아내었고, 천연자원이 잠재한 호주를 다른 유럽 제국들이 가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한 해외 해군 기지 역할뿐만 아니라 영국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죄수의 유배지로 간주하였다. 백인 우선의 호주 첫 거주민은 첫 함대를 타고1788년 1월에 상륙한 죄수들과 그들을 감시하기 위한 경비 군인들이었지만, 점차 비옥한 토지를 가진 광대한 곳에서 성공적으로 농업이 가능하다는 점에 매료된 수많은 이민자가 자유롭게 상륙하기 시작하였다. 식민지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헨리 세이버리의 소설 『퀸터스 서빈턴 (1830~1831)』과 같이, 이 새로운 대륙을 소재로 한 소설이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초기 사회에 있기 마련인 범죄와 관련된 것들이 주요 주제가 되었다." (7-8p)
이러한 역사적, 시대적 배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200년이 넘는 호주 범죄 소설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영국의 식민지이자 죄인들의 유배지였던 호주에서 탄생한 범죄 소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 책에서는 다섯 개의 시대 구분으로, 초창기(1818~1914), 두 세계대전 기간 전후(1915~1945), 독립을 향하여(1946~1979), 호주만의 독보적 양식(1980~1999), 현재 패턴들(2000~2017)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시대 변화에 따른 장르의 발전사를 분석하고 있어요. 그동안 몰랐던 호주의 역사와 문학사 속 범죄 소설이 가진 의미를 되짚어본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네요. 호주 대학들은 대학 강의에서 호주 문학을 다룰 때에 전통적 문학작품 목록에서 범죄 소설을 제외하며, 오랜 기간 호주 범죄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등한시했는데, 1980년대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범죄 소설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호주 출판 산업이 발전기에 접어들었던 1970년대 두 가지 사건이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1976년 미국 출판사들이 호주와 다른 영국의 후기 식민지 나라들에게 오랫동안 미국 출판물 판매를 금지한 국제 협약을 파기하는 법적 판결을 받아내면서 호주 소설의 문학적 독립이 이뤄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역사학자에서 저널리스트로 변신한 피터 코르시가 호주 내 범죄 소설의 대유행을 일으킨 사례라고 하네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호주 출판계는 범죄 소설의 전례 없는 인기와 시장 확보로 크게 성장했고, 주제와 형식면에서도 다양하게 발전했네요. 여기서 소개한 작품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략적인 줄거리와 결말 스포를 통해 어떠한 작품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고, 시대별 작품들을 통해 과거 죄수 중심의 역사주의에서 현대 도시인들과 복잡해진 사회 젠더 문제에 이르는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무엇보다도 범죄를 소재로 한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호주 범죄 소설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다만 뭔가 어울리지 않은 단어 선택과 매끄럽지 않은 문장의 연결들이 살짝 걸렸네요. 한숨에 읽지는 못했지만 다른 의미의 한숨으로 읽었고, 범죄 소설 장르를 호주의 역사와 함께 탐구해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피터 템플 Peter Temple 의 첫 번째 작품 『악성 채무 Bad Debts』 (1996)는 친숙한 범죄 소설 형식일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사건은 잭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상관없이 돈 갈취에 몰두하는 부패한 경찰들과 정치인, 범죄단체와 만나게 하는 위험 속으로 이끈다. 작가 템플은 미국 탐정 소설 작가 사무엘 대실 해밋에 나오는 다른 미국 모드, 특히 탐정이 가진 자기 고백으로 인한 내적 혼돈의 분위기를 배치하는 반면, 영국 소설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 속 주인공 필립 말로위와 마찬가지로 잭의 개인적인 감정은 딸, 살해당한 아내, 전문직 여성들의 깔끔한 복장과 화술, 성격은 다르지만 거친 친구들, 그리고 모두 각자의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그들과 함께, 반복적인 자기 후회와 번민 속에 빠져 있다. (···)
『검은 파도 Black Tide』 (1999)에서는 문체상 몽둥이(폭력)와 양날 칼(작품 속 Cam은 우아한 성품이고 항상 무례한 시각이다)을 사용하고, 비즈니스와 정치 부패가 개입된 국제적인 플롯으로 짜여 있다. 작품에서 '멜버른은 성공을 미워한다. 그곳은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멜버른의 날씨는 내성적 성격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과 자살 실패자들에게 적합하다. 멜버른이 유일하게 받아준 것은 고통, 희생, 그리고 치욕을 수반하는 것이다. 시드니는 성공이라는 아이디어를 좋아하고, 무료로 성취하였고, 거만함을 동반하고 있다.'" (302-30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