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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속으로
이승연 지음 / 소동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바다는, 언젠가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풍경이 된 것 같아요.
스쳐가는 풍경, 나와는 상관 없는 세계인 듯...
넓고 푸르른 바다를 잊은 채 살아왔다는 걸, 이 책 덕분에 깨달았네요.
《수평선 속으로》는 이승연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저자는 자신을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고대사와 신화, 여행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드로잉, 설치, 판화, 조형, 책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고 해요. 이 그림책에서는 오래된 이야기를 상상했다고 하네요.
"모든 이야기는 세상과 세상, 현실과 꿈, 이쪽과 저쪽이 맞닿는 자리에서 태어났어요. 우리가 수평선을 '끝'이라 느끼는 것은 그 너머를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알게 돼요. 수평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겹겹이 접힌 '결'이라는 것을. 나무의 나이테처럼, 얼굴의 주름처럼, 시간과 기억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결. 모든 그림은 리놀륨 판화로 제작했어요. 칼로 새긴 선은 세계를 가르는 주름처럼 단단한 흔적을 남겨요. 나는 선을 새기며 따라가 보았어요. 바다가 어떻게 접히고, 어떻게 겹쳐져 있는지를. 모든 선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고, 끝은 시작이고, 수평선은 경계가 아니라 이야기가 겹쳐지는 무늬였어요. 이 책의 그림은 오직 하나의 색으로 찍었어요. 울트라마린." _ 작가의 말.
해돋이를 보러 가거나 노을 지는 바다를 보면서도 수평선 너머의 세상은 상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끝이 저기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수평선 너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드넓은 세상에 대해 무관심했네요. 길고 곧은 선으로 펼쳐져 있는 수평선을 오래오래 바라보던 저자는 칼로 선을 새기면서 우리에게 잊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울트라마린, 파란색 잉크로만 인쇄된 판화 그림속에서 출렁이는 파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반짝이는 물결과 모래알, 빙그르르 별빛과 함께 추는 춤 그리고 푸른빛을 반짝이는 고래를 보았어요. 마지막 장에 접혀진 부분을 펼치면 세 개의 면으로 이어지는 바다와 수평선을 만날 수 있어요. 바다에는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들과 물고기, 유니콘, 하늘에는 해와 달을 잡고 있는 누군가와 수평선에서 솟구쳐오르는 고래... 어쩐지 그 안에 함께 있는 것 같았어요. 바닷속으로 들어간 듯, 온통 파랗게 물들어가는 듯 느껴졌네요. 뒤표지에는 투명한 고래가 그려져 있어요. 빛 아래에서 보아야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고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잊고 있던 바다와 이야기 덕분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새로운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