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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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유언 노트를 적어본 적이 있어요.

후회 없는 삶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거기에 적힌 질문들에 답을 썼던 거예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재벌 회장님의 유언처럼 누구에게 얼마를 상속하겠다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는 질문과 체크리스트였네요. 그 내용 중에 연명치료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연명치료나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연명치료와 존엄사 중 무엇을 선택할 건지, 웰다잉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그 덕분에 연명치료에 대한 선택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보았네요. 사실 그 뒤로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노트를 꺼냈네요. 한 번 적고 말 내용이 아니라 매일 확인해야 할 삶의 다짐이었네요.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김지수 작가님의 존엄한 삶과 죽음에 관한 체험적인 기록이네요.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존엄한 삶은 무엇인가?' 여기서 '존엄한 삶'이란 내가 어떤 삶을 존엄하다고 믿는지의 문제이다.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아버지를 떠올렸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지금까지도 온전히 마주하기 힘든 기억의 일부를 끄집어냈다. 고3이었던 1994년 가을, 아버지는 난치병을 선고받았고 6년간 이름 모를 병과 싸웠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죽음이란 걸 마주했다. 그것은, 난치병의 탈을 쓰고 환자의 장기 하나하나를 망가뜨리며 숨통만큼은 쉽사리 끊지 않는 괴물이었다. ··· 아버지의 마지막은 나를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 살게 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위중한 환자들을 만날 때면 30년 전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괴로웠지만, 이 분야를 떠날 수가 없었다. 환자들에게 마음이 쓰였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11-12p)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만든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지예요. 질문은 모두 24개, 존엄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다섯 가지 준비가 되어 있는지, 존엄한 삶을 위한 나의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존엄한 삶의 기억들은 무엇인지, 그곳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묻고 있어요. 먹고 싶은 음식 메뉴를 고르듯이 쉽게 답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을 위해 반드시 답해야 할 내용이네요.

이 책에서는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보며 알게 된 죽음의 모습과 기자로서 취재 현장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의 모습, 그리고 존엄함 삶이 무엇인가라는 인생의 화두, 답을 찾는 여정에서 만난 아버지와의 대화를 보여주고 있네요. 특히 아버지와의 대화는,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삶의 끝이 죽음은 아니라는 것, 그 너머의 세계에서도 인연의 끈은 연결되어 있고, 기억은 잃어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위로를 받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 버린 이들이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의 힘인 것 같아요. 저자에겐 이 글을 쓰는 과정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30년동안 가슴에 묻어둔 아픔의 조각들을 끄집어내 퍼즐처럼 맞추는, 두렵고 무서운 일' (219p)이었다고 하네요. 다시 만난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네요. 존엄한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네가 지향하는 가치와 신념을 잃어버리면 안 돼. 그

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정체성이란다.

그걸 지켜내는 삶이야말로 진짜 삶이란다."

"네. 저의 정체성을 어떻게든 지켜낼게요."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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