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철학적 하루 - 마음을 뒤흔드는 동물 우화 21편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미조카미 이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공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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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간은 동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아왔네요.

자연과 동떨어진 인간만의 세상이 가능할 거라는 착각 때문에 두 눈을 뜨고도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최근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다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토끼와 여우에게 감동을 받았네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했네요. 동물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영화의 재미보다는 철학적 깊이감을 더해주는 동물 우화집을 만났네요.

《동물의 철학적 하루》는 두리안 스케가와 교수의 동물 우화집이네요.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개, 고양이, 구관조, 비둘기, 페럿, 다람쥐, 햄스터, 거북, 참개구리, 게, 사슴벌레, 호랑나비, 미꾸라지 등을 키우면서 친구처럼 지냈다고 해요.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좋았는데, 그건 어쩌면 인간 사회에서는 요령 있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감했던 것 같다고, 그때부터 늘 고독했던 외로웠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하네요. 요즘 사람들이 판다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혹독한 경쟁사회의 여파로 지치고 피곤한 것이라고, 반면에 동물들은 저마다 모습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지만 지구라는 별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을 통해 우리 마음속 풍경이 보다 선명해진다고, 풍요로워진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자연을 살아가고 있는 동물 친구들의 시선으로 스물한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곰 소년, 누나 여우, 다람쥐, 엄마 고래, 두더지, 일본 원숭이, 꽃사슴, 박쥐도치, 새끼멧돼지, 멸종위기종 알바트로스, 나무늘보, 재규어, 맥 (테이퍼), 아르마딜로, 큰개미핥기, 카피바라, 비쿠냐와 콘도르, 육지 이구아나와 바다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 황제펭귄, 흰눈썹웃음지빠귀는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가혹한 생태계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누나 여우는 검은 점 옆에 웅크리고 앉아 배로 시체를 감쌌다. 새하얀 눈 위에 빨간 핏자국이 점점이 떨어져 있다. 누나 여우는 처음으로 자신의 피를 봤다. 새끼 오리의 피와 똑같은 색깔이었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누나 여우는 생각했다. 아, 검은 점아. 나는 너하고만 이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 지금 눈 덮인 이 하천부지와도, 그 새끼 오리들조차···. 누나 여우는 거기서 눈을 감았다. 작은 검은 점을 감싼 채 서서히 눈에 파묻혔다." (40p)

인간이 설치한 덫에 걸린 누나 여우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낸 이야기예요. 검은 점은 형제들 중에서 가장 약한 동생 여우예요. 덫에 낀 다리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순간에 누나 여우는 검은 점을 떠올리고 있어요. 두 생명이 공명하여 생겨난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과 덫으로 인해 깨질 위기에 처했지만 누나 여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네요.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가르치려고 들지 않아도 동물 친구들은 자신들의 삶과 죽음으로써 우리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어주네요. 숲속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였네요.

"엄마, 우리는 왜 날개가 없어요?" 소년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굴 옆에서 기어 나온 커다란 지렁이를 쪽 빨아들이던 참이었다. 지렁이의 엉덩이가 엄마 입가에서 날뛰었다. "무슨 소리야. 날개가 왜 필요해?"

소년은 오늘 일어난 일을 엄마에게 말했다.

"동그랗게 돼도 날개가 있으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잖아요. 우리는 동그랗게 될 뿐, 그다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배부른 소리 마. 커다란 왕아르마딜로부터 작은 애기 아르마딜로까지 우리한테는 많은 친구가 있지만, 위험할 때 완전히 동그랗게 몸을 말 수 있는 것은 세 개의 띠를 가진 세띠아르마딜로, 우리 뿐이야. 우선 선택받은 존재란 것에 감사해야 해. 다른 친구들은 맹수로부터 공격당할 때 등을 말아 방어하려고 해도 할 수 없어. 그래서 무서운 적이 배를 물어뜯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참고 있으면 살 수 있잖아.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192p)

그때, 덤불이 흔들리고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세띠아르마딜로 소년은 숨이 멎을 뻔했다. 그것은 재규어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갑옷째 바스라질 것을 각오했다. 그러나 재규어는 으르렁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너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그만뒀어. 너는 분명 자신도 분해했을 거야. armadillo가 제멋대로 뒤섞여 darma-illo가 되었어. 별들과 이어진 작은 달마를 먹으면 벌을 받을 테니까." 재규어는 한 번 짖더니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199-200p)

우울해하는 양쪽 젊은이들을 향해 바다 이구아나가 장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선조들은 이 갈라파고스섬에서 온 힘을 다해 다시 살아보려고 했어. 그것은 무적이 되겠다는 결심이지."

"가장 강해진다는 의미인가요?" 방금 입에서 가시를 뽑아낸 바다 이구아나 청년이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무적은 적이 없는 것이 아니야. 무적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증오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지. 그래서 우리 선조는 초식을 하게 된 걸지도 몰라. 어떤 자는 바다에 들어가 해초를 먹었고, 또 어떤 자는 새가 쪼아 떨어뜨리는 선인장 잎과 열매를 먹게 됐지. 이렇게 해서 싸우지 않는 생활권이 생긴 거야. 서로 생존하는 방법을 존중하면 우리는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가혹하지 않아요? ··· 둘로 갈라진 이구아나가 사이좋게 사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선조들은 우리 자손을 위해 좀 더 편한 생존방법을 찾을 수 없었나요?" 숨을 돌린 혀 꼬부라진 육지 이구아나는 반쯤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이다.

"네 말대로 우리는 손해 보는 역할인 거야. 단 하루라 해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아. 우리는 우리를 뛰어넘는 것으로 진짜 우리가 되는 거다. 진정한 실존은 현존재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하는 것이지."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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