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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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함께한 시간이 다르게 기억된다는 건 너무도 슬픈 일이네요.

기억은 각자의 마음에 담기고, 그 마음은 누구도 똑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무엇을 어떻게 기억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다만 왜 그렇게 기억하게 되었는지, 그때의 감정이 궁금할 따름이네요. 가깝고도 먼 사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지붕 아래에 산다고 해서 서로 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모른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걸.

미나토 가나에 작가님의 장편소설 《모성》은 엄마와 딸, 두 사람의 시점에서 엇갈린 기억과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소설에서는 세 명의 엄마와 여러 명의 딸들이 등장하네요. 엄마인 동시에 딸인 여자들, 결혼한 딸을 위해 헌신하는 친정엄마가 있는가 하면 며느리에게 혹독한 시어머니가 제 딸들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엄마'와 '딸'이라는 호칭만으로도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딸인지 훤히 알기 때문에 무심히 넘겼지만 이미 짐작은 했어요. 그녀들의 이름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걸.


"마치 목 안쪽에 걸린 생선의 잔가시 같다.

잔가시를 흘려보내려는 듯이 뜨거운 커피를 마셔보지만, 

실체가 없는 잔가시가 진짜 액체에 쓸려갈 리가 없다.

여고생이 다세대 주택에서 추락했다는, 

사고인지 자살인지 판명되지 않은 사건이 이렇게 신경쓰이는 건

현 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일까? 내가 고등학교 교사이고 피해자가 고등학생이기 때문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잔가시의 정체는 엄마의 한마디였다." (65p)


사람들은 자녀를 낳으면 저절로 부모가 되는 줄 알지만, 자녀를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부모가 되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 그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거죠. 부모의 노력이 반드시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야속하게도 일방적인 노력이 더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해요. 사랑받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쓸수록 사랑과는 더 멀어지고 있어요. 어째서 진심을 몰라주는 걸까요. 그건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진심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 안에 있어요.


"··· 여자라는 동물은 두 종류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호오, 무슨 두 종류지? 천사와 악마?"

"전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는 안 믿습니다. 좀 더 간단한 존재, 바로 엄마와 딸이에요."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

아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전부 엄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모성이라는 게 모든 여자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죠.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모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반대로 모성을 갖고 있었는데도 누군가의 딸로 남고 싶다, 보호받는 입장으로 남고 싶다고 강하게 바람으로써 무의식중에 내면의 모성을 배제해버리는 여자도 있는 거죠." (269-270p)


'모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우리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네요. 이정하 시인의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시를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네요.

"당신은 아는가, / 그를 위하여 기도할 각오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 애당초 잘못된 시작이라는 것을. / 당신은 아는가, / 이 컴컴한 어둠 속에 내가 그냥 있겠다는 것은 / 내 너를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 당신은 아는가, /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았다는 것을. / 당신은 아는가, /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한쪽 다른 쪽을 / 자신이 색깔로 물들여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 당신은 정녕 아는가, / 그리하여 사랑은 자기 것을 온전히 줌으로써 / 비워지는 게 아니라 채워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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