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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완전히 확 바뀐 표지와 디자인에 반했네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전자책으로 읽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네요. 손끝에 닿는 까슬까슬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과 선명한 색감이 마음에 들어요.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전에 읽었던 독자들까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네요. 먼저 눈길이 머물고 자연스럽게 손은 책장을 넘기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래서 종이책은 먼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때는 읽는 용도가 아니라 감상하는 목적으로 진귀한 보석과도 같은 대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책이네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원래 《여행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1998년 출간되었던 책인데, 2026년 리커버 에디션 특별 개정판으로 나왔네요. 이 책은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요.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한 권의 책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책입니다. 제 이름은 <여행의 책>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는 가장 가뿐하고 은근하고 간편한 여행으로 당신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 만일 그대가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겐 계약이 하나 필요하다. 나의 의무는 그대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는 것이고, 그대가 할 일은 나날의 근심 걱정을 잠시 잊어버리고 되어 가는 대로 완전히 스스로를 내맡기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당장 갈라서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반대로, 그대가 이 계약에 도장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합의의 신호로 한 가지 동작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잘것 없는 작은 손짓이지만, 그것을 나는 약속의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 그럼 갈까? 라는 문장을 읽거든, 책장을 넘기라. 그대가 책장을 넘기면, 나는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 한 차례의 모험 여행을 제안하는 것은 나이지만, 그 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대뿐이다." (9-19p)
보통의 책들은 이런 식의 자기 소개가 없기 때문에 여행을 마치고 나서는 미련 없이 돌아섰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여행의 길잡이를 자처하면서, '나'를 여행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은밀한 계약까지 했으니 그 인연을 결코 소홀히 할 수가 없네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라는 책의 말대로, 이 책은 <나의 책>이 되었네요. 책과 함께 떠나는 공기의 세계, 물의 세계, 불의 세계, 흙의 세계, 어떤 모험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비밀이에요. 전적으로 이 여행은 나만을 위한 모험이니까 온전히 혼자 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새로운 방식의 명상 같기도 해요. 육체는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 정신은 한 마리의 새처럼 훨훨 날아다닐 수 있으니 말이에요.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또 무엇을 만나게 될지가 궁금해지네요.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 안토니오 비발디의 「플루트와 피콜로를 위한 협주곡 C장조」, 마이크 올드필드의 「Incantation」, 마릴리언의 「Fugazi」, 구스타프 홀스트의 조곡 「행성」, 안드레아스 폴렌바이더의 「Book of the Rose」, 예스의 「Close to the Edge」, 제니시스의 「Supper's Ready」는 저자가 <여행의 책>을 쓰는 동안에 함께 했던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네요. 맨 마지장에 적혀 있어서 음악을 따로 감상했는데 다음번에는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