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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거인들 - 우리는 아직도 그들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다
마이클 만델바움 지음, 홍석윤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이자 미국의 국제관계학 권위자로 알려진 마이클 만델바움은 20세기 격변이 낳은 인물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20세기의 거인들》은 20세기 세계 역사를 형성한 여덟 명의 핵심 권력자들을 분석한 책이에요.
저자는 20세기 전반의 격동적인 변화가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강력한 비전이나 파괴적인 신념을 가진 개인들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었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역사의 특정 결과에 대해 인간과 상황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다른지 측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역사적 사건의 과정에 대해 한 개인이 미친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어요. 저자가 선정한 여덟 명의 인물은 토머스 우드로 윌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아돌프 히틀러, 윈스턴 처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모한다스 간디, 데이비드 벤구리온, 마오쩌둥으로, 이들은 모두 각자 다른 방식으로 거물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미국,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까지, 20세기를 뒤흔든 주요 국가 중에서 일본의 인물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집단 사회인 일본에서는 거물급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네요.
20세기는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두 번의 전쟁과 미·소 양극체제라는 이데올로기 경쟁이 지속되었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 대량 학살 제노사이드(홀로코스트)가 자행되었으며, 2차 대전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은 국가가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했으며,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우주 탐사를 비롯한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네요. 여덟 명의 인물은 민주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민족주의 등 20세기를 지배한 이념을 대표하며, 그들이 만들어낸 구원과 재앙이 현재 세계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그들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다고 보는 거예요.
"지속가능한 평화는 강제나 비밀 협정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공정한 접근을 공유하는 개방된 조약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각국은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고,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 교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의에 기반한 세계 질서가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_ 1918년 '14개조 평화 원칙' 발표 연설에서, 윌슨 (23p)
미국은 유럽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정치 무대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미묵이 유럽 강대국을 넘어서는 나라가 되었으며 대통령인 윌슨도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 되었어요. 윌슨은 '승자 없는 평화'를 주장하며 전후 합의의 목표가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공동체를 세우는 것'임을 밝히며 윌슨주의를 주창했지만 파리 평화 회의의 합의 결과는 그의 뜻과는 달랐어요. 그가 주도한 전후 정치 체제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더 큰 불행을 낳았으니, 불과 20년 후 유럽에서 더욱 파괴적인 전쟁이 발발했네요.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 제1차 세계대전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책임자인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독일인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이용해 베를린에서 권력을 잡았어요.
"약한 자가 평화를 말할 때 그것은 굴복입니다. 강한 자가 평화를 말할 때 그것은 지배입니다. 우리는 굴복을 평화라 부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힘이며, 그 힘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됩니다. 우리는 독일 민족에게 다시는 굴욕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를 인정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_1933년 라디오 연설에서, 히틀러 (118p)
히틀러는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라며 대중을 선동했는데,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국가주의적 메시지가 얼마나 위험하고 폭력적인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어요. 악의 상징이 된 히틀러, 그에 대한 사후 평가와 그가 남긴 유산의 본질을 두 단어로 요약하네요. "절대, 다시는 Never Again." (170p) 그러니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권력이나 이념을 다시 불러오려는 'Again' 정치 세력의 부상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하며 경계해야 해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 민주주의의 위기, 권위주의의 부상, 자국 우선주의의 재림은 20세기를 설계한 이들 여덟 명의 유산이 연장된 것이네요. 위대한 지도자와 폭군 독재자가 세계를 극적으로 바꾸는 시대는 위험해요. 20세기 역사는 영웅적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끔찍한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20세기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현재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향후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성찰해봐야 해요. 간디는 1924 라즈쿠마리 암릿 카우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을 가르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진리와 비폭력은 산처럼 오래된 것입니다. 나는 그 둘을 가능한 한 넓은 범위에서 실험해보려 했을 뿐입니다. 실험하는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그 실수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래서 내 인생과 인생의 모든 문제는 진리와 비폭력을 실천하는 하나의 체험이 되었습니다. 내가 말해온 철학은 그 안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의主義'라 부르지 말아야 합니다. 진리와 비폭력에는 '주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276p)라고 했던 내용을 명심해야 할 것 같아요. 책의 마지막 문장이 긴 여운을 남기네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갈릴레오의 하인 앤드류는 위대한 천문학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웅이 없는 나라는 불행합니다." 그러자 갈릴레오는 대답한다.
"영웅이 필요한 나라가 불행한 거라네." (43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