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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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눈물이나 찔찔 짜고, 넌 너무 약해...

남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었죠. 다 옛날 일이 되었네요.

어떻게 감정을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억제하는 방법을 택했던 건데, 어느 순간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더니 괜찮더라고요. 운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여전히 감정은 제멋대로 굴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끌려다니지 않을 만큼 힘이 생겼다는 거예요. 뭔가 내 안의 감정과 줄다리기하는 느낌이랄까요.

《노 이모션》은 이서현 작가님의 장편소설로,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세계는 단계적으로 변했다. AI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지배당할 거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AI에게 위기감을 느낀 과학자들은 인간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 중 첫 번째로 감정을 꼽았고, 감정을 없애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0년 전, 감정 뉴런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감정을 제거하고도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수많은 논쟁과 반대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감정이 아닌 이성이라는 결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건 과학적 이론도 인문학적 추론도 아닌 감정 제거술을 받은 이들의 성공이었다. 임상 실험으로 감정 뉴런 제거 수술을 받았던 이들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경제, 예술, 사회 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선두 주자가 되었다. 이후 감정 제거자가 늘어나며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감정 제거자와 보유자의 주거 구역이 나뉘었고, 감정 제거자와 보유자가 가족을 이루는 일명 감정 친화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그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겼다." (17-18p)

인간의 감정을 제거하여 능력치를 높인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네요. 감정 제거자만 입사할 수 있는 기업 '노이모션랜드'를 중심으로, 감정 무소유자로 살아온 주인공 하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감정을 지운 사람들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사회 구조가 보이지 않는 감정과 이성의 경계라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네요. 소설은 완벽해 보이는 무감정의 상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겪더라도 감정을 가진 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네요. 그동안 인간 고유의 감정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 같아요. 감정은 생각의 자연스러운 결과라서 판단의 영역이 아닌데, 안 좋은 감정에 대해 나쁘다고 판단하니까 부정하거나 회피하려고 했던 거예요. 원하지 않는 감정을 피하고 싶다면 그 감정을 일어나게 만드는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애먼 감정 탓만 한 거죠.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간 자신인지도 모르겠네요. 효율과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공감과 이성 그리고 자유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핵심이네요.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답은 있으니까요. 

50년 전, 사람들이 감정을 버렸던 것처럼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겠죠."

"어쩌면 절대 벌지 말아야 할 게 그 속에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네요." (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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