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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스로 비겁하고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요. 호주 여성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는데, 호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마일스 프랭클린 상'에 이름을 남긴 작가님의 대표작이라고 하네요.
《나의 빛나는 삶》은 마일스 프랭클린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네요.
저자가 이 소설을 1901년 발표할 당시 나이가 열아홉 살이었다고 해서 굉장히 놀라웠어요. 뭔가 독립 투사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관습이라는 밧줄에 매여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라고 생각해요. 불평등한 시대를 살면서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결혼이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어요. 작가라는 꿈과 독립적인 삶을 갈망하며, 고단하고 힘들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자유를 선택했네요. 누가 뭐라고 하든, 온전히 나로 살겠다는 다짐이야말로 주체적인 삶의 선언이며 빛나는 삶이네요.
마일스 프랭클린은 서문에서, "이 책은 낭만적인 로맨스 소설이 아닙니다. 저에게 삶은 너무나 고되고 힘들어 감상이나 환상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단순한 이야기, 그야말로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보다 더 진솔하게 담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진솔하게 썼습니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키메라 괴물이 아닐지언정, 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삶의 무게와 가슴 아픈 고통은 제가 키 큰 유칼립투스 나무들 사이에서 발견한 빛줄기만큼이나 진실한 것입니다." _1899년 3월 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골번 인근, 포섬 걸리에서 (8-9p)라고 했는데, 진실한 삶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있네요. 낡은 관습과 빈곤,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운 누군가를 통해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고, 지금도 변화해가고 있다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해요.
"가난이 곧 불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단 한 명의 말벗도 없이 살아본 적이 있냐고.
내키지 않는 삶의 굴레 안에서 존재를 강요당해 본 적이 있냐고. 친구에게 편지 한 장을 쓰려 해도 우푯값이 없어 보내지 못하는 처지를 겪어본 적이 있냐고. 음악과 책을 간절히 갈망하면서도, 그 무엇도 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절망해본 적이 있냐고. 내 온몬이 거부하는 일을 가난 때문에 억지로 해본 적이 있냐고. 그 모든 걸 겪고 나서도 삶이 과연 행복하다 말 할 수 있을지." (40p)
"시빌라, 시빌라···" 이모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서글프게 내 이름을 불렀다.
"한창 꽃 같은 나이에··· 어쩌다 이렇게 냉소적인 아이가 되어버린 거니?"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힘을 갖고 태어난 게 제 저주인 걸요. 그리고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제가 못생겼다는 사실이 제 얼굴에 낙인처럼 찍혀 있다는 거예요." (105p)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는 사람은 왜 쓰는 것일까?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만약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나?
나는 내 주변의 것들, 옹졸한 생각들, 축축하게 젖어 무겁기만 한 고된 일상의 반복, 단조롭고, 목적 없고, 불필요한 삶을 내 목소리를 통해 토로해왔다. 하지만 인내하라, 오 내 마음이여. 나는 반드시 삶의 목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40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