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천사 같은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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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람들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까요.

악마는 천사의 얼굴로 다가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친절한 친구로 다가와 점차 외부 세상과 단절시키고 세뇌 과정을 거쳐 집단에 속하게 되면 완전한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얼마나 천사 같은가》는 마거릿 밀러의 대표작으로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네요.

사립탐정 퀸은 도박으로 빈털터리가 되어 캘리포니아 황야에 버려졌고, 근처에 자급자족하는 신흥종교 단체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퀸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축복 자매는 퀸에게 오고먼이라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일단 주인공의 이름이 너무나 특이해요. 그냥 듣기에는 퀸(Queen)' 여왕으로 들리지만, 실제로 그는 서른여섯 살의 남성이고, 최고 권력자와는 거리가 먼 거지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축복자매와의 첫 대면에서도 이름 이야기가 나오네요.

"퀸 Quinn. 죄 sin 하고 음운이 맞는 이름이군요. 불길한 징조일 수 있겠는데."

퀸은 그 이름은 웃음 grin, 회전 spin, 지느러미 fin 와도 운이 맞는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축복 자매는 '죄'가 가장 두드러진 단어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당신처럼 젊고 사지가 멀쩡한 청년이 이렇게 비천한 곳까지 오게 된 것도 죄 때문 아니겠어요?" (25-26p)

퀸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과 소설의 제목이 절묘한 것 같아요. 하필이면 퀸을 구해준 이들이 신흥종교, 사이비 단체라는 것도 블랙코미디네요.

폐쇄적인 종교 공동체 안의 믿음과 광기를 굉장히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어요. 탐정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일반적인 전개와는 다르지만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파헤쳐가는 방식으로 은근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네요. 얼마나 천사 같은가, 동시에 얼마나 악마 같은가를 보여주는 탁월한 작품이었네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 당신이 했던 말, 그 당시에는 나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내가 사랑을 배우기에는 너무 나이들었다는 거요. 더는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지금 드는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너무 어려서 사랑을 배우길 무서워했다는 거죠."

"우리는 공통점이 없어요. 아무것도요."

"어떻게 알죠?"

"당신에 대해 들었어요. 어떻게 살았고 어디서 일했는지요. 나는 그런 삶에는 적응할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고."

"이미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요?"

"당신은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었죠. 그래서 환멸을 느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시 환상을 갖게 되나요?"

"내가 대신 대답해줄 순 없어요. 다만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는 것만 알죠." (300-301p)


"인생과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추방되어 있다가 다시 세계의 일부가 되었죠.

웃긴 건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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