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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했네 ㅣ 마음시 시인선 18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마음시 시인선 열여덟 번째 책은 이정하 시인의 시집이네요.
오래 전에 읽었던, 어쩐지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듯, 뭔가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극하네요.
《한 사람을 사랑했네》는 2026년 개정판이네요. 2000년 11월 5일 초판 발행일, 이 시집을 과거에 읽었다고 해도 지금의 마음과는 같지 않기에,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읽었다고 해야겠네요. 마치 나와 함께 세월을 지나온 것만 같은, 그때에도 좋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 같은 느낌이네요. 사랑이 뭔지 모르던 시절에 시를 읽으며 내 마음 같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사랑 너머의 삶을 바라보며 내가 알던 사랑보다 더 큰 세상을 생각하게 되네요.
표제시에서 "너를 얻어도, 혹은 너를 잃어도 / 사라지지 않는 슬픔 같은 것." (13p)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네요. "한번 떠난 것은 절대로 /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1p)라는 사실은, 숱하게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끝끝내 미련을 떨쳐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것들이네요. "그대를 만나고부터 내 마음속엔 / 언제나 별 하나 빛나고 있습니다." (67p),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을 거예요. <간격>이라는 시, "사랑한다는 거 / 그것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 동의하는 일입니다. / 내가 가져야 할 것과 /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것 사이의 간격을 /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 그래서 사랑은 안타까운 것. /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 자꾸만 마음이 기웃거려지는, / 꼭 그 간격만큼 슬픈." (83p)을 읽으면서, 이것이 삶과 사랑에 관한 값진 조언이라고 생각했네요. 사랑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닐까 싶어요. 영영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집착이고, 잔인한 욕심인 것 같아요. "떠나려는 사람은 / 강물에 띄워 보내자. / 이 순간이사 한없이 멀어지지만 / 굳이 슬퍼하지 말자. / 언젠가는 강물이 비구름 되어 /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 내게 다시 돌아오리니." (100p)라는 <떠나려는 사람은 강물에 띄워 보내자>라는 시처럼 헤어짐을 슬퍼할 이유는 없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슬퍼하고 아파하겠지만, 한 사람을 사랑했기에 아름다운 삶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네요. "당신은 아는가,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았다는 것을." (96p) 상처 없이, 아무런 고통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시인은 한 사람을 사랑했고, 우리에게 그 뜨거운 노래를 불러주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