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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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입춘 아니랄까봐, 엊그제 쌓인 눈을 사르르 녹이는 영상의 날씨였네요.

체감상 여전히 추운 겨울 한복판에 웬 입춘인가 싶었는데, 조상님들이 정해놓은 절기가 신통방통하네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에는 추위가 한풀 꺾였다가 다시 손바닥 뒤집듯이 반짝 춥고 나면 어느새 설날이 오니 말이에요.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단 생각이 드네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봄볕 같은 이야기를 만났어요.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는 김나을 작가님의 힐링 소설이네요.

스물여덟 살 유운은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할머니 집을 고쳐 '행복과자점'을 차렸어요. 이름은 과자점이지만 실제로는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각종 빵을 만들어 제공하는 카페인데, 어쩌다 보니 시골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네요. 유운은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워내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며 조금씩 시골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유운과 행복과자점을 찾는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웃고 울게 되네요. 뭔가 따뜻한 캐모마일 차와 같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저런 사연들, 각자의 고민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좋았네요. 빵 굽는 냄새처럼 기분 좋아지고,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유운에게 반해 버린 것 같아요. 다들 살다 보면 겨울과도 같은 시기가 있잖아요. 끝날 것 같지 않은 추위에 움츠러들고 마는... 근데 영원한 계절은 없더라고요. 돌고 도는 계절마냥 괴로운 시간이 지나면 즐거운 때가 온다는 걸,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행복과자점을 열게 된 유운처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무엇이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인지, 그건 본인만 알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살 맛이 난다는 걸, 물론 맛있는 빵을 먹을 때도 즐겁죠. 근데 진짜 행복은 좋은 음식, 좋은 것들을 함께 할 때에 오더라고요. 일상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지금 여기!



"왜 행운 과자점이 아니야?"

"어?"

갑자기 이게 무슨 물음인가 싶어 운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아니, 네 이름은 운이잖아. 유운. 보통 1차원적으로 따지면 자기 이름 따서 가게 이름 짓는 거 아냐?"

"내 이름이 그 '운'의 뜻을 따온 게 맞긴 한데···."

"맞긴 한데?"

"있지. 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셨어. 내가 막 태어났을 때, 가장 좋은 걸 이름에 담아서 주고 싶었대. 그래서 운이라고 지으셨대. '행운'에 들어가는 그 운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

물론 이름에 쓰인 한자는 다르지만. 조용히 웃으며 말을 덧댔다.

"노력하는 일에도, 노력하지 않은 일에도 모두 행운이 따라서 내가 항상 잘살길 바라시는 마음으로.

그런데 어느 날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전엔 행운이 가장 중요한 줄 알고 나한테 그런 이름을 지어줬는데, 행운보다 행복이 중요하단 걸 늦게야 알았다고. 그러니까 다른 건 몰라도, 운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나. 그런 것들이. 운은 물 흐르듯 잇던 말을 뚝 그쳤다가, 다시 입술을 뗐다.

"그래서 행복과자점으로 지었어. 할머니가 나한테 주고 싶다고 하신 게 행운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하신 게 생각나서."

(108-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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