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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록 :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
장형우 지음 / 아침사과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런 책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의사인 동시에 환자로서 본인의 치료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다니 말이에요. 대개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은 전공 분야에 관한 의학 지식을 알려주기 위한 경우인데, 《비만록 :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는 흉부외과 의사이자 체질량지수 BMI 35를 넘나드는 고도 비만 환자로서 체중 감량에 반복해서 실패하는 과정과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주사 치료, 위 소매 절제술, 위고비와 마운자로 주사 치료에 이르는 현대 비만 치료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비만 치료 전문가가 아닌 장형우 선생님이 이 책을 쓴 이유는 고도 비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또 고도 비만 환자가 본인의 질병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알려주고 싶어서, 하나 더 추가하자면 고도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고도 비만 환자를 제대로 이해하길 바라기 때문이네요. 그동안 확실한 치료법이 없어서 효과도 없는 온갖 방법에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면 이제는 달라졌어요.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고도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본인의 개인적인 치료 기록들을 공개했네요.
우선 모두가 알아야 할 사실은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질환'이라는 점이에요. 오로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체중 감량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고 해도 여전히 '비만인'이라는 정체성, 즉 비만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메커니즘이 기저에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도 비만을 체질량지수 BMI 35kg/㎡ (3단계 비만) 이상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전제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BMI 30kg/㎡ (2단계 비만)이면 이미 심각한 비만 상태라서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요. 최근 비만 대사 수술과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으로 고도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네요. 본인이 실제로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충들, 즉 고도 비만 환자들의 식습관, 생활 패턴, 생활 속에서 겪는 문제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과 부작용을 소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고도 비만 치료의 지침서가 될 것 같네요.
"'비만인'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정체성의 문제이며, 이를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바로 '세트 포인트 set point'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나는 내 몸의 세트 포인트가 약116kg (BMI 약 36.6) 근처에 있다고 믿는다. 이 세트 포인트는 외과적 수술이나 비만 치료약 없이, 그리고 가혹한 식이요법이나 운동 없이도 대체로 편안하게, 즉 무절제하게 살았을 때 도달하게 되는 몸무게를 의미한다.
세트 포인트 이론은 생리학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이다. 인체의 항상성과 관련이 있다. 즉 체중의 세트 포인트 이론은 체중을 특정 지점에서 유지하려고 하는 체중 항상성이 우리 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트 포인트 이론에 따르면, 체중 항상성은 시상하부를 중심으로 한 중추 신경계, 렙틴과 그렐린 등의 호르몬 시스템, 대사 적응, 장내 미생물, 갈색 지방조직 등 다양한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매우 강력하다. 웬만해서는 그 균형을 깨뜨릴 수 없다. ... 나 같은 고도 비만 환자의 경우, 애초에 체중의 세트 포인트가 비만 기준(BMI 25 기준으로 약 80kg)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래서 나는 정상 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여러 강력한 (세트 포인트를 이기거나 세트 포인트를 일시적으로 기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몸에 내재한 세트 포인트 자체가 영구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32-33p)
"고도 비만 환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많은 일반인은 고도 비만 환자에게 운동해서 살을 빼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큼 허황된 말도 드물다. 비만 환자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체중이 감소해야 운동할 수 있다. 운동을 하다가 다칠 위험이 매우 크고,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도 안 된다. 어느 정도 BMI 를 넘어서면, 걷기 운동을 하는 것만 해도 무릎과 발목에 크게 무리가 간다. 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근육 운동을 하라는 의견도 있으나, 근육 운동도 고도 비만에서 벗어나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BMI 30 미만이 되어야 그나마 운동을 시작해 볼 만한 정도의 조건이 된다." (13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