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마음시 시인선 16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 나온지 어언 서른 해를 넘겼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이정하 시인의 시집이네요.

1994년에 발간된 이 시집은 당시 서정시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더랬죠. 요근래 시집을 자주 읽고 있는데, 이정하 시인의 대표 시집이 새롭게 출간되어서 무척 반갑고 좋았네요. 90년대의 감성, 사랑과 이별에 관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네요. 표제가 된 시구는 <사랑의 이율배반>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네요.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18p) 사랑은 우리에게 기쁨만 주는 것이 아니라 헤어짐의 아픔까지 준다는 걸, 눈부심과 동시에 눈물짓게 되는 이율배반, 그것이 사랑의 속성인 게 아닐까 싶어요.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랑도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 신비로운 것 같아요. 오로지 상대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사랑이기에 모든 사랑은 제각기 특별하네요.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시인이 되는 것 같아요. 상대를 향한 눈빛, 몸짓, 말투 하나까지도 달달하게 바뀌니 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 보라. /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든 / 한 자루의 촛불을 켜두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라. / 제 한 몸 불태워 온 어둠 밝히는 촛불처럼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손 모으다 보면 /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어느새, 다른 곳이 아닌 /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52p) <촛불>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서툴고 부족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떠올렸네요. 한 자루의 촛불, 그만큼 성숙해지기엔 너무 어렸던 거죠. 감정에만 치우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는데, 사랑의 본질은 촛불 같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더랬죠. 좋아하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곁에 두려고 하면 점점 더 멀어지고 마니까요.

이 시집은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 뒤에 오는 외로움, 이별의 아픔을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요. 상처 입은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한 시들을 읽으면서 마치 이별한 사람처럼 위로를 받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저마다 아프고 힘들 때가 있잖아요. 지치고 힘들수록 시를 가까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묵묵히 어깨를 토닥여주는 친구처럼 시는 조용히 따뜻한 위로를 건네니까요. 오랜만에 이정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잊고 있던 감성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네요. 서른 해를 넘겨 이제는 더욱 성숙해진 시집 덕분에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그것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