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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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근 요리사들의 대결 프로그램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네요.

단순히 요리 실력을 넘어 요리를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서 남다른 품격을 느꼈고,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을 향한 존경심까지 생겼네요. 아무래도 그 여운 탓인지 이 책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더라고요.

《미식가의 메뉴판》은 메뉴판이 담고 있는 음식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 나탈리 쿡은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고, 음식과 문학, 식문화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편지, 공문서, 일기 등의 사료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며 관련한 다수의 책들을 집필했네요. 이 책에서는 1800년경 인쇄된 레 트로아 프레르 프로방소 메뉴판부터 2023년 옥스퍼드 푸드 심포지엄의 카드형 메뉴판까지 신기하고 흥미로운 메뉴판 자료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시대마다 달라지는 전통과 취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네요. 그야말로 메뉴판의 재발견이네요. 일상에서 만나는 메뉴판은 식당에서 음식을 고르기 위한 용도, 그 이상의 쓸모가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과거의 메뉴판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을 따라 살펴보니 문화적 기록물으로서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네요.

우선 저자가 강조한 것은 '상상의 도약'이네요. 상상의 식탁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자는 거예요. 과거 그 시절 사람들의 눈으로 메뉴와 음식을 보고, 이미 그때의 역사적 사건들을 알고 있는 현재 우리의 시선으로 보고, 어린이 메뉴판을 읽는 어른의 시선으로 보고, 여기에 코로나19팬데믹과 봉쇄 조치로 외식 문화가 변화를 겪었을 때 이 책을 집필했던 저자, 캐나다인의 관점에서 메뉴판을 살펴봄으로써 잘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단서와 흔적을 발견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메뉴판이란 무엇인지, 그 역할과 가치가 역사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회 문화 역사 탐구서라고 볼 수 있네요. 인쇄술과 예술, 그래픽 디자인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복합적 산물로서의 메뉴판, 귀중한 소장품으로서의 메뉴판, 세계박람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각국이 자국의 맛을 선보이고자 시도한 국가별 전시관의 메뉴판, 어린이 입맛에 맞춘 요리로 채워진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메뉴판, 건강을 위한 새로운 미식으로서의 메뉴판, 우리를 사로잡는 수수께끼 메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메뉴판까지 다양한 메뉴판 속에 담긴 이야기가 흥미로웠네요. 서로 다른 요리 문화가 만나는 장면에 대해, '메뉴들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이질적인 음식문화가 서로의 맛과 개념을 주고받을 때, 진정으로 대화하고 응답할 때 비로소 진짜 퓨전 요리가 탄생한다' (153p)라는 저자의 설명이 절묘했네요. 소통의 관점에서 다양한 음식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메뉴판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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