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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필립 르쉐르메이에르 지음, 김희정 옮김,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여자라면 어릴 적 한 번쯤은 공주를 꿈꿨을 것이다. 동화 속에서 만나는 멋진 공주를 보면 마치 내가 공주가 된 듯 즐겁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신나게 상상하며 즐기는 것은 좋지만 어느 순간 현실의 나와 공주를 비교하게 되고 실망하게 된다. 공주가 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아름답고 예뻐야 공주라는 공식은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말이다. 세상에 공주가 어찌 예쁘고 마음씨 착한 공주만 있을까? 어쩌면 어른들 중에도 공주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상을 멋지게 살기 위해서는 여자답다거나 전형적인 공주 외모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토록 서론이 길어진 이유는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 책은 바로 <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 백과 사전>이다.
독특한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에 소개된 공주들은 기존의 공주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다소곳하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대표되는 공주는 훨훨 날려버린다. 왠지 통쾌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 책인데도 내가 더 재미있게 읽게 된 것도 그런 신선함 때문이다.
나의 딸들이 여자라는 틀에 갇혀 자신의 원하는 꿈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한 세상을 편견 없이 자유롭게 바라보기를 원한다.
이제껏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엉뚱하고 희한한 공주들의 이야기가 나의 바람대로 딸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백과 사전답게 수많은 공주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책 표지를 장식한 공주는 “까꿍 공주”이다. 천사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얼굴과는 전혀 딴판으로 무시무시한 공주다.
피아노 치는 것보다 펜싱 경기 하는 걸 더 좋아하고, 수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승마 경주하는 걸 더 즐긴다. 궁시렁궁시렁 불평이나 늘어놓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한다.
세상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침도 찍찍 잘 뱉고, 무쇠팔을 휘두르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누구에게나 결투를 신청한다. 와장창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다.
예전엔 아마조네스(아마존 지역의 여전사)였다.
고약하기로 유명한 악당 라스뿌틴과도 친하게 지냈다.
들리는 소문에는 까꿍 공주가 지나간 자리엔 풀도 다시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공주들을 소개하는 것 이외에 공주들의 요람이나 공주들이 사는 곳의 지도, 왕궁과 저택, 진짜 공주를 구분하는 요령 등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전부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이와 함께 킬킬 웃어가며 재미있게 보았다. 다 보고 난 뒤 딸애가 묻는다.
“엄마, 근데 공주들이 왜 다 이상해요?”
“그러게. 우리가 공주에 대해 너무 몰랐네. 암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