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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김혜영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라디오 <싱글벙글 쇼>를 20년 간 진행해온 김혜영 씨가 쓴 책이 나왔다. 행복에 관한 일기장을 본 듯 하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밝고 활기찬 목소리가 바로 긍정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방송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가식이나 특별함을 찾아볼 수 없다. 정말 목소리만큼이나 소탈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 준다.
책 마지막에 방송인 손석희 씨의 추천사를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상당부분에서 통념을 거스른다. 코미디언 출신이면서도 크게 웃기지 않고, 씀씀이도 클 법한데 무척 검소하다. 그 대신 그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소 짓게 하며, 화려하게 잘 나가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어떤 불안감도 없다. 나는 그것이 그녀의 지혜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책도 그렇게 썼다. 평소처럼 소박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솔직하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게 만드는 내용이라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평소 김혜영 씨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다. 라디오 진행자라는 점만 빼면 전혀 방송인, 연예인이란 느낌이 안 드는 사람이다. 오히려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옆집 아줌마가 우연히 방송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숫기 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의 글을 보면서 그녀야말로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에 따라 굴곡이 심한 방송계에서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 대단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는 성실함에 놀랐다. 결혼 당일 웨딩드레스 입고 방송한 뒤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가서 이원 방송을 했다는 이야기, 신장염으로 투병 중에도 방송을 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그녀가 말하는 행복론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우리 인생은 행복하기만도 부족하다. 그녀의 말처럼 행복은 ‘행복하겠다’는 의지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 저런 이유로 불행하다고 말하는 건 행복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이다. 행복은 내 안에서 시작되고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내 자신뿐이다. 본인의 경험담만큼 확실한 조언이 없다. 행복에 관한 어떤 이론서보다 가슴에 와 닿은 행복 예찬이다.
이 땅의 모든 아줌마들을 위한 행복 전도서란 생각이 든다. 남과 다르게, 더욱 특별해지려는 사람들 속에서 평범함을 고집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게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그녀의 행복 에너지가 가정에서 나오듯이 우리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할 수 있다.
그녀가 진행하는 <싱글벙글 쇼>가 장수할 수 있었던 힘도 늘 행복하게 웃으며 진행하는 그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그녀가 부럽다. 수많은 직업 중에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디오 진행자인 것이 부럽다.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때로는 즐거운 웃음을 주는 멋진 일을 하니까 말이다. 아니, 고마운 생각이 든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만 더불어 함께 할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알려 주어서 고맙다.
이제는 내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싱글벙글 쇼를 하고 싶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