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 관리 본부 수사 일지 : 천해 편
신유수 지음 / 네오오리지널스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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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람들로 꽉 찬 퇴근길 전철 안에는 특유의 공기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깨도 축 처지고, 팔다리도 묵직해져서 움직임도 굼떠지고, 나중엔 눈꺼풀까지 감기게 만드니 말이에요. 꾸벅꾸벅 졸다가 깨다가, 가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꿈이라도 좋을 것 같아요. 고단한 일상을 단숨에 바꿔버리는 마법 같은 이야기라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영계 관리 본부 수사 일지 : 천해 편》은 신유수 작가님의 판타지 소설이네요.

소설의 첫 장면이 퇴근길 지하철 안이네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의 장소가 신비로운 세계, 영계로 이어지는 통로로 변하네요. 주인공 한세영은 벌써 3주째 연락조차 되지 않는 언니를 찾느라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있어요. 우연히 퇴근길 지하철을 탔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왜 세영은 다른 인간들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건지 그게 가장 궁금하더라고요. 특별한 능력 덕분에 세영은 영계 관리 본부의 수사관인 천해를 만나게 되고 이들이 함께 영계로 표류한 인간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예요. 재미있는 건 수호령의 존재인 것 같아요. 인간이 태어날 때 함께 태어나 평생 곁을 지켜준다는 수호령은 그 모습이 제각각인데 각자 인간의 취향, 즉 애착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이 존재들의 기원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들을 오래된 나무, 바다, 아주 커다란 뱀, 하늘에 대고 빌다가 오랜 시간이 쌓이고 쌓인 기원이 어딘가에 닿아서 이제까지 없었던 존재들이 태어난 것이라고 하네요. "수호령도 오래전에 그렇게 태어난 거야. 보통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가 그런 걸 빌잖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그런 거. 그런 기원에서 나왔어. 영혼의 샴쌍둥이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93p)

어릴 때는 상상의 친구, 요정이나 천사 등등 신비로운 존재들을 믿다가 점점 크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은 믿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수호령의 존재는 매일 꿈을 꾸듯이 곁을 맴도는 느낌이라 낯설지 않더라고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세상의 수많은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들이니까요. 영적인 존재들과 인간의 만남 덕분에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되네요. 인간의 기원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까요.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망상이 아니라 꿋꿋하게 잘 버텨낼 수 있는 희망을 찾기를 바란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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