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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작은 책 한 권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네요.
읽고 또 읽고, 노트에 따라 적으면서.
《빛과 실》은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함께 2022년에 쓴 짧은 글들이 수록된 책이에요.
1979년, 여덟 살 아이가 쓴 시 ㅡ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10p)
한강 작가님은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절실한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하네요.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ㅡ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ㅡ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 (12p)
이토록 깊이, 아주 깊이 들어가 자신을 내어주고 빚어낸 글들이라서 읽는 사람마저도 아찔하게 만들었구나...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소설을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낀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책 표지 사진은 작가님의 집 마당이라고 하네요. 볕이 잘 들지 않는 마당에 나무를 심었고, 조경사님의 조언대로 거울을 이용해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었더니 벽에 창문 같은 빛이 생긴 거예요. 문학의 힘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요. 우리는 빛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니까요.
